10일 서울신문이 세계은행 ‘2010 기업환경 평가(Doing Business)’를 부문별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상당부분 개선되긴 했지만 절차나 비용 등에서 선진국들과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해고시 평균 91주치 급여 지급
우선 국내 기업들은 91주치(법정퇴직금 86.7주일치 포함)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의 해고비용(20년 근속 근로자를 해고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이는 고용 부문 순위가 전체 183개 국가 가운데 150위에 그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1990년대 이후 노동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일본은 해고 비용이 우리나라의 약 20분의1인 것은 물론이고 고용 경직성 지수(일본 11, 한국 44)와 근로시간 경직성 지수(일본 7, 한국 40)에서도 우리나라에 크게 앞서 있다.
창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해 126위에서 올해 53위로 73계단 뛰었지만 여전히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지적됐다. 상호 등록, 은행계좌 설정, 세무서 신고, 지방노동청 취업규칙 신고서 제출 등 8단계를 거쳐 14일이 걸린다. 반면 경제개발부 산하 기업사무국에 온라인으로 사업등록만 하면 바로 창업할 수 있는 뉴질랜드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벨기에, 홍콩, 핀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등은 전체 창업 절차가 3단계 이하였다. 이 나라들은 최종 인가까지 걸리는 기간도 1주일이 안 됐다. 비용도 뉴질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GNI)의 0.4%밖에 안 되지만 우리나라는 14.7%가 든다.
건축 관련 인·허가를 받는 데 우리나라는 토지소유권 확인, 국민주택채권 매입, 건축물 등기 등 13단계에 34일이 소요된다. 홍콩의 경우 시간은 67일로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지만 절차가 7단계로 간단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국민소득의 18.7%(한국 135.6%)로 저렴하다.
기업 납세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사회보험료 등 연간 14차례 세금을 낸다. 또 납세자료 준비와 장부 작성 등에 연간 250시간이 걸린다. 납세 환경 경쟁력이 3위인 홍콩의 경우 연간 납부 횟수는 4차례로 우리나라보다 10차례가 적고 시간도 80시간으로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교역에서는 수출·수입에 드는 비용이 742달러로 이 부문 1위인 싱가포르(컨테이너당 456달러)에 비해 63%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 등 지속적으로 기업환경 개선 노력을 해 왔지만 단기간에 모든 것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기는 어렵다.”면서 “고용 등 우리나라가 특히 취약한 부분에 대해 관련 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과제를 발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