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타고 알프스를 보다! 스위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스위스의 철도는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헤치고 때로는 톱니바퀴를 맞물리며 고봉의 정상에까지 오른다. 여행자들은 안개 낀 영봉과 드넓은 초원 그리고 샬레(스위스 전통 통나무집)가 만들어내는 목가적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열차 관광 코스인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를 타고 떠나보자.
스위스를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열차다. 스위스에서 열차는 단순한 교통편이 아니다. 한국의 고속도로와 같이 국토를 전후좌우로 잇는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 역사까지 엿볼 수 있는 척도다. 열차는 스위스 여행의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열차를 통하지 않고는 스위스의 구석구석을 볼 수 없다. 실제로 스위스에는 명품 열차가 많다. 체르마트~브리그~쿠어~다보스를 잇는 빙하 특급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호수의 도시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을 지나 몽트뢰로 이어지는 골든패스, 루체른에서 로카노를 잇는 빌헬름텔 특급, 쿠어~생모리츠~베르니나~루가노를 잇는 베르니나 특급 등 다양한 열차 여행 코스가 있다. 물론 지역마다 맛과 멋이 다르다. 게다가 열차 여행의 역사도 깊다. 스위스의 알불라~베르니나 라인은2008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열차다. 철도 여행 자체가 스위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여행법이다.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생모리츠 일단 생모리츠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기차 여행을 이야기하자. 생모리츠는 휴양 도시다. 스위스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은 곳이다. 365일 중 320일이 맑다. 선샤인 시티다. 햇볕이 좋은 생모리츠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한가운데 호수가 있다. 산과 호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데다 일기도 좋아서 예부터 이름난 명사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스위스가 관광산업을 시작했을 때 돈 많은 영국 귀족들이 유서 깊은 호텔을 세웠고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전기를 끌어들인 곳도 바로 생모리츠다. 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의 성지이기도 하다. 생모리츠에서 봅슬레이가 처음 시작됐다. 당시엔 영국 귀족 스포츠였다고 한다. 그 흔적들이 생모리츠에 그대로 남아 있다. 생모리츠에서 베르니나 익스프레스가 선다. 쿠어~생모리츠 구간은 특별한 장관은 없다. 생모리츠를 지나면서 경관이 달라진다. 생모리츠를 출발한 기차는 산을 파고든다. 최종 목적지는 험한 산을 넘어야 갈 수 있는 마을 티라노다. 기차는 계곡을 몇 번 건너고 터널을 여러 번 뚫고 달린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알프스가 눈에 들어온다. 때로는 소 떼가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도 있고, 철로 변에서 갑자기 폭포가 쏟아지기도 한다. 특급 열차의 속도는 느리다. 마차보다 조금 더 빠른 정도다. 기찻길이 휘어지고 굽어지니 실제로 속도를 내기 힘들다. 속도와 풍경은 반비례한다. 초고속 열차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솜씨 좋은 카드꾼의 손놀림처럼 어지럽다. 불과 수 초 만에 산 하나를 훌쩍 지나친다. 베르니나에서는 창문을 열고 산을 뜯어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고갯길에서 옛날 기관차처럼 딸꾹질을 하며 힘들어 하지도 않았다. 기찻길이 통과하는 가장 높은 지점인 해발 2253m의 오스피지오 베르니나도 쉽게 넘어섰다. 베르니나 산맥의 정상 일대는 자주 안개에 휩싸인다. 안개가 걷힐 때마다 운이 좋으면 빙하가 햇살을 받아 번득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안개가 칼 같은 봉우리를 지웠다 토해낸다. 하얀 호수란 뜻의 '라고 블랑코'라고 불리는 산정의 호수는 연옥색을 띤다. 세상에 산꼭대기에 그런 호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열차는 호수에서 쉬면 좋으려면 그 옆에는 정거장이 없다. 주로 알프 그룸에서 많이 쉰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대체 한라산과 지리산 꼭대기보다 높은 곳에 어떻게 철길을 놓았을까? 투시스에 기차가 들어온 것은 1896년이다. 한국 최초의 열차가 1899년 노량진~제물포 구간이니 그보다 3년 전에 이미 기찻길이 뚫린 셈이다. 한국에선 평지에 기차를 놨지만 스위스에선 산 넘고 물 건너 철로를 놨다. 스위스의 철로는 전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다. 생모리츠는 1904년에 기찻길이 뚫렸다. 정상 오스피지오는 1910년에 기차가 넘었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을 1910년에 이미 열차로 넘었다는 얘기다. 놀랍다.
생모리츠는 이때 뜨기 시작한 도시다. 글래시어 익스프레스와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라는 이름난 관광 열차가 생모리츠를 교차한다. 생모리츠는 영국 귀족들의 휴양지였다. 최고급 쇼핑몰과 특급 호텔이 몰려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도 생모리츠에서 살았다. 최초의 동계올림픽이 생모리츠에서 열린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열차 안에서 맛보는 알프스 베르니나는 스위스를 가로질러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열차다. 알프스는 험준했지만 스위스인들의 기술력은 뛰어났다. 알불라~베르니나 라인은 무려 196개의 다리를 지나고 20개의 도시, 55개의 터널을 지난다. 해발이 가장 낮은 티라노(429.3m)와 가장 높은 오스피지오(2253m)의 표고 차는 1823m. 두 역의 거리는 38.4㎞에 불과하다. 가파른 경사의 이런 구간에 톱니바퀴 철로를 놓지 않고 열차가 타원형으로 돌아가게 다리를 놓았다. 빙글빙글 돌며 높낮이 차가 큰 어린아이들 기차놀이 장난감 세트를 연상하면 된다.
이런 철도는 당연히 웅장할 수밖에 없다. 피에르 상소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 표면에 새겨놓은 문신 자국처럼 기이하고 아름답다. 풍광은 당연히 장관이다. 기차가 교각을 징검다리처럼 밟으며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건너뛴다. 산과 계곡, 숲과 빙하를 함께 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수라바 역에 내려서 협곡을 찾아 들어가면 열차가 놓인 다리를 직접 볼 수 있다. 알불라 베르니나의 상징인 랜드바서 다리다. 이 다리는 1902년에 만들어졌다. 해발 1048m 지점에 있는 산자락의 암반을 200m 뚫어 터널을 만들고 다시 맞닥뜨린 절벽에 높이 65m, 길이 136m의 돌다리를 이어 붙였다. 100년 안팎 동안 철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열차는 많이 바뀌었다. 옛날 사진을 보면 증기기관차도 있었고, 지붕 없는 화물칸에 앉아 알프스를 달리는 열차도 보인다. 지금은 알프스를 기차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천장 귀퉁이에도 유리창을 달았다. 파티를 위해 옛날 증기기관차를 빌려서 쓰는 사람들도 있다. 알프그룸을 지나면 루가노로 이어진다. 로마의 수도교를 닮은 이 돌다리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이탈리아와의 국경이기도 하다. 열차는 스위스 시계와 함께 스위스의 상징이다. 스위스 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그 수많은 열차가 늦거나 더딘 법 없이 정각에 출발하고 정각에 도착한다. 스위스에 가면 열차 여행을 한 번쯤은 해야 한다. 융프라우 하나만 보고 알프스를 다 봤다고 이야기하지 말자. 마치 설악동 입구만 다녀온 뒤 설악산을 다 봤다고 하는 것과 같다. 알불라~베르니나 라인 자체가 스위스 알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여행 길잡이
해당 패스를 구매하면 선착순 3천 명에게 여권과 패스를 함께 휴대할 수 있는 다용도 포켓 지갑도 준다. 또 ?유레일 50주년 유럽 기차 여행 사진? 책자 50권을 받을 수 있다. 스위스 패스를 이용하면 열차는 물론 포스트버스 등 대중교통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케이블카 할인, 박물관 무료 등 혜택이 많다. 유레일 패스도 박물관 등 할인 혜택이 있지만 할인율이 다르니 꼼꼼하게 챙겨보고 가는 것이 좋다. 열차 시간표는 www.rhb.ch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일유럽코리아( www.raileurope-korea.com )에 판매 여행사가 나와 있다. 서울항공, 리얼타임 솔루션, GTA Korea, 하나투어, 모두투어 네트워크 등에서 판매한다. 문의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 ■ 기획 / 이유진 기자 ■글 & 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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