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의 이탈리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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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이탈리아 기차여행
토스카나 · 움브리아 Secret Favorite Cities 이탈리아는 곱씹을수록, 되새김질 할 때마다 감칠맛이 나는 동네다. 현지에서는 무덤덤하게 들여다보던 유적 하나, 그림 한 점이 일상생활로 복귀한 어느 날 불현듯 떠오르며 짙은 그리움을 발산케 하니 말이다. 바에서 가볍게 마시던 에스프레소 한잔, ‘발에 채일 만큼 흔한’ 예술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그대를 위해, 기차를 타고 느릿느릿 돌아본 이탈리아 기차 여행기를 준비했다. 마음속에 꼭꼭 감추어 두었다가, 팍팍한 현실에 지친 어느 때쯤 몰래 펼쳐 보고픈 보석 같은 도시들. 글·사진 오경연 기자 취재협조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www.raileurope-korea.com, Grand Hotel Mediterraneo www.hotelmediterraneo.com
중세 시대로의 타임머신을 타다 미켈란젤로 광장
City Sightseeing Firenze
단테 <신곡>의 단테 그리고 그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베아트리체 두 사람의 어린 시절 추억이 절절이 배여 있는 동네 역시 피렌체다. 베키오 궁전에서 멀지 않은 단테의 생가, ‘단테의 집’ 인근에는 어릴 적 옆집에 살던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손을 맞잡고 다녔던 교회가 있다. 신도들이 앉는 자리가 총 8개에 지나지 않는 작고 소박한 교회. 교회 안에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의 무덤이 있는데,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의 무덤’이라고 새겨진 비석 앞에는 언제 갖다놓았는지 아직까지 싱싱한 장미꽃 두어 송이 그리고 연인들이 단테, 그리고 베아트리체와 같은 낭만적 사랑을 꿈꾸며 써 내려간 쪽지들로 가득한 바구니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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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유럽기차여행 ② Inter City - 여행자의 직감으로 느끼는 이탈리아의 향기
유럽 기차여행의 매력 중의 하나는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니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밀라노를 향하는 ‘인터시티(Inter City)’ 열차는 오른편에 지중해를 끼고 달리더니, 이내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에 접어들었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의 ‘냄새’가 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지고, 보이는 간판의 글자들도 달라진다. 여행자의 직감이 이탈리아의 향기를 맡아내고 있었다.
유럽 기차여행의 아이콘 콤파트먼트
니스에서 밀라노로 가는 열차여행은 그야말로 지중해 크루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오른쪽에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끼고 이탈리아 밀라노를 향해 달려간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니스에서 밀라노를 가는 길의 절반 정도는 지중해를 끼고 가는 길이다. 이때 이용하는 열차가 바로 IC(Inter City) 열차다. 국가간의 도시를 잇는 열차로 TGV 같은 특급열차는 아니지만 유럽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기차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른바, ‘콤파트먼트’라 부르는 작은 방 형태의 객실과 복도로 이뤄진 이 기차에서는 여행자들의 낭만과 사랑, 그리고 여행의 정보까지 두루두루 경험할 수 있다. 예전에는 유럽 여행 가이드북에 ‘꼭 청테이프를 가져 가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유럽 여행시 도난이나 기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간 후 청테이프로 문을 붙이고 밤기차 여행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용한 1등석은 공간도 넓고 편리했지만 사실 난생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마주보며 여행한다는 게 여행 초보자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기차에서 내리기 전 서로가 여행 친구임을 깨닫게 된다. 그저 편안하게 즐기라는 조언이 최고일 듯. 인터시티에도 전원 공급을 위한 220V 전원이 있으니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라면 이곳을 이용해 디지털카메라를 충전하면 된다.
밀라노, 초절정 럭셔리 맥도날드
밀라노 두오모 성당 옆 고급 쇼핑상가 안에 들어서면 사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는 루이뷔통과 프라다와 함께 역시 사거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맥도날드 매장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여타 맥도날드와 다른 점은 이곳 매장은 상가의 분위기에 맞게 간판이 매우 고급스럽다는 것이다. 프라다, 루이뷔통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맥도날드답게 자태가 위풍당당하다. 공공화장실에서도 돈을 받는 유럽에서 맥도날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행자들에게 참 편리한 공간이다. 두오모 성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컷 찍고 난 후, 주변을 잠시 거닐다 선택한 일정은 바로 ‘피자 먹기’. 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에 앉아 피자와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밀라노의 일정이 짧다고 원망하지 말자. 이탈리아에서 맛본 피자 한 조각에 여행의 의미를 담으면 된다.
★ 유럽은 공사 중 다음 여행 기약하기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중세 그리고 고대의 건축물들과 조우하게 ㅗ디는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대부분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다 보니 끊임없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공사 중이지 않은 건축물이나 역사적 기념물을 보지 않고 유럽 여행을 한 이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나 건축물은 제발 공사중이 아니기를 빌어 보는 것도 여행 전 꼭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 법'을 미리 배워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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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n Umbria
Assisi
성 프란체스코의 성지(聖地), 그리고 골목길
아시시는 가톨릭 신도들에게 있어 성지순례의 주요 코스로 각인되어 있다.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창설자인 성자 프란체스코, 그리고 성녀 클라라의 고향이자 주 활약무대였기 때문. 물론 ‘가톨릭’이라는 테두리 밖을 벗어나서 보더라도 아시시는 멋진 여행지이다. 수바시오산 중턱, 고도에 자리잡은 이 도시에서 놓칠 수 없는 매력을 꼽자면, 바로 소소한 동네의 뒷골목이라 하겠다. 금방이라도 성장(盛裝)한 중세인들이 걸어나올 것만 같은 골목골목은 아직까지도 과거의 ‘힘’을 충만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세계 화폐가 있다” 아시시 역내 바
피렌체와 같은 토스카나 영토 내에 있는 피사, 시에나에 비하자면 아시시는 비교적 ‘장거리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시간 반 남짓 동안의 여독을 풀 겸, 아시시 역 안에 있는 바에 들렀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익숙해져 버린,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홀짝이며 무심코 바라본 바의 리셉션 위쪽에는 세계 각지의 지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엔화, 위안화 등 아시아권의 화폐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우리나라 돈도 있을까?’ 괜한 호기심이 동해 곰곰이 살펴보니, 아직까지는 큰 유명세를 치르지 않아서일까 눈에 띄지 않았다. 커피값을 치르며 천 원짜리를 함께 내밀었다. 손짓발짓으로 ‘화폐 컬렉션’에 넣어 달라고 하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위에 붙여 둔다. 아시시역을 찾을 예정인 독자라면 한번쯤 눈여겨봐 주시길.
아시시의 두오모 성 루피노 성당
산 중턱에 자리잡은 아시시 시내로 들어가려면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 10여 분 남짓 흘렀을까, 이윽고 갈색 벽돌을 어슷하게 쌓아올린 성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성벽 안쪽 아시시 시내로 들어선다. 제일 처음 조우한 건물은 아시시의 두오모인 성 루피노 성당. 1140년, 움브리아 고유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건물로 3세기 당시 주교였던 성 루피노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며, 성자 프란체스코와 성녀 클라라가 세례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성당이기도 하다.
성녀의 성당 성끼아라 성당·전망대
성 프란체스코의 추종자이자 ‘제2회 프란체스코 수도회’인 ‘클라라회’의 창설자, 성녀 클라라를 기리기 위해 건축된 성 끼아라 성당. 건축양식 역시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의 양식을 일부 모방하여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하에는 성녀 클라라의 시신이 안치된 무덤이 자리하고 있어 가톨릭 신도 및 성직자들의 발길이 연중 내내 이어진다. 성 끼아라 성당 앞으로는 탁 트인 광장이 있는데, 그 왼쪽으로 아시시의 전경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1 중세시대를 고스란히 간직한 아시시의 전경 2 아시시 역내 바. 잘 찾아보면 천 원짜리를 발견할 수 있다 3 성 루피노 성당. 2월 현재 내부 공사중이어서 입장할 수 없었다 4 성 끼아라 성당 전망대 5 성 끼아라 성당 외관 6 시청 광장의 미네르바 성당 7 지오토 천장 벽화 너머로 시청 탑이 보인다 8 성 프란체스코의 부모상 9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외관
아시시의 중심부
시청 광장·미네르바 성당·지오토 천장벽화
아시시의 중앙부에 위치한 시청 광장, ‘피아자 델 코무네’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시시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광장 오른편에는 13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청 탑이 있으며, 바로 옆에 로마풍의 신전 건축물 위로 십자가가 세워진 이채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 신화의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모시는 신전으로 지어졌으나 현재에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이다.
시청 탑과 미네르바 성당을 등지고 맞은편을 보면 역시 중세풍으로 건축된 여러 관공서 건물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 한 천장에 지오토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성자가 자란 곳 끼에사 누오바
끼에사 누오바는 비교적 자그마한 교회 규모에 비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이채롭다. 이탈리아어로 ‘신교회’라는 의미인 ‘끼에사 누오바(Chiesa Nuova)’는 성 프란체스코가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살던 거주지였다. 성당 바로 앞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부모를 기리는 동상과, 고대 로마시대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우물터가 남아 있다.
성자가 잠든 땅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건물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빼어나다.
사방을 에워싼 벽과 까마득히 높은 아치형 천장, 어디를 둘러보아도 프레스코화로 촘촘히 덮여 있다. 중세 당시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혔던 지오토, 로렌체티, 치마부에 등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프레스코화는, 단지 그림을 꼼꼼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기독교사(史)를 짐작케 할 만큼 정밀하게 제작되었다. 성당 내부는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에서도 드물게 ‘촬영 금지’ 구역이다.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 지하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유해가 안치되어 순례자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매혹의 공간 아시시 뒷골목
결코 아시시의 ‘조연’이 아닌, ‘주연’급으로 단연 추천하고픈 명소는 아시시 구석구석에서 흔히 조우할 수 있는 골목길이다. 울퉁불퉁 거칠게 완성된 듯한 아시시의 뒷골목은 특별한 목적이나 주제 없이, 거닐기만 해도 여행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소박한 매력을 듬뿍 선사하기 때문이다.
아시시, 어떻게 갈까?
피렌체 중앙역(Stazione SMN)에서 아시시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된다. 배차 간격은 하루 5회 남짓으로 비교적 편수가 많지 않으므로 미리 타임테이블을 체크한 후 역에 나갈 것을 추천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30분~2시간50분 안팎으로, 아무래도 다른 주(洲)로 이동하는 것이다 보니 다른 지역들에 비해 이동시간이 긴 편. 유레일패스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예약티켓(Reservation Ticket)’을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되므로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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