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운 피터대제 동상
13 러시아 고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1
오전 9시에 러시아 국경에 도착했지만 통관이 쉽지가 않았다. 문제는 세관원들이 모두 군인이고 그들은 여행자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행자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데도 그들은 농담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난처럼 여권에 도장을 찍고 확인을 하는데 입국 카드 날인, 여권검사, 날인 확인, 그리고 또 무엇인가 하는 무려 4단계나 거치니 알만하지 않는가. 그래서 30명의 일행이 통관을 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는데도 안내자는 오늘은 운이 좋아서 빨리 통관을 했노라고 함박웃음을 웃는다. 얼마를 달려서 도착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큰 항구였다. 네바강 하구의 저습지에다 1703년 피터 1세가 스웨덴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요새를 축조한 후 1712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 것이 이 도시의 기원이다. 우리들에게는 레닌그라드로 더 잘 알려진 이 항구는 한때 제정 러시아의 수도여서 당시의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보지 않고서는 유럽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유럽 예술의 축소판이 바로 이 도시이기 때문이다. 에르미타주 국립 박물관
먼저 러시아 최대인 에르미타주 국립 박물관을 관람했다. 이 박물관은 1천 여 개의 방이 있는 ‘겨울 궁전’을 중심으로 네 개의 건물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파리의 루부르 박물관, 런던의 대영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이름 높은 이 박물관은 피터 대제의 딸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 여제 때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소장품이 무려 300만점이나 되어서 한 작품 당 1분씩 구경한다고 해도 5년이 소요된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곳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미술품은 물론이고 고대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미술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루부르 박물관과 대영박물관을 이미 관람한 나는 세계 3대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관람한다는 기대를 갖고 들어갔지만 세계에서 모여든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구경을 할 수가 없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면서 눈에 불을 켜고 설명을 듣는데 눈앞에 나타난 피터 대제의 황금마차는 참으로 대단했다. 피터 대제의 방에 피터 대제와 여인이 나란히 서있는 그림은 크기도 하거니와 섬세하기 이를데 없어서 마치 실물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뿐만 아니라 초상화의 방에는 크고 작은 초상화가 수없이 전시되어 있고, 황금으로 만들었다는 공작시계는 정교하여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겨울의 여신’을 본 나는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하여 자신도 모르게 손을 대다가 감시원이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놀라서 혼이 났다. 그러고 보니 박물관에는 전시실마다 의자에 감시원이 앉아서 수많은 작품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피카소 그림이 가득 찬 피카소의 방과 고갱의 방, 모네의 방을 돌면서 구경을 하던 나는 우리나라의 그림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조금만 있으면 볼 수 있단다. 그래서 단원의 그림일까, 신윤복의 그림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복도 벽에 걸려있는 유일한 우리나라 작품은 김흥수 화백이 그린 ‘승무’가 아닌가. 다른 나라 작가들은 혼자서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작품은 겨우 한 점이 그것도 복도에 걸려있었으니…. 이 박물관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크고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도 정작 나를 감동시킨 것은 루벤스가 1612년에 그린 ‘로마의 자비’라 이름한 유화다. 로마의 자비
젊은 여인이 백발의 노인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그림, 그것은 딸이 아버지에게 젖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백발의 아버지가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혀서 굶주리고 있는데 그의 딸이 면회를 왔지만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었다. 그래서 딸은 굶주린 아버지에게 젖을 빨리고 있다는 이 그림은 미적 감각보다도 그에 담긴 이야기가 하도 감동적이어서 눈시울이 뜨거워 왔다. 박물관을 맴돌다가 건물 밖으로 나온 곳은 박물관의 뜰인 궁전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높이가 47.5m나 된다는 알렉산드로프 탑이 우뚝 서있다. 이것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세운 탑으로 꼭대기에는 십자가를 든 천사 상이 있다. 알렉산드로프 탑
광장 남쪽에 있는 황색건물은 길이가 585m가 된다는 옛 참모본부가 있고, 그 정면 입구에는 높이가 28m나 되는 개선문이 있다. 이것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로마의 개선문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란다. 다시 차를 타고 금빛 첨탑이 유난히 돋보이는 옛 해군성 건물 앞을 지나서 찾은 데카브리스트 광장에는 피터 대제의 청동 기마상이 커다란 바위 위에 우뚝 서 있다. 데카브리스트란 ‘12월에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이 광장에서 전제정치와 농노제에 반대하는 귀족청년들의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는데 그들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데카브리스트라 이름했다. 광장 중앙 바위 위에 있는 피테 대제의 기마상은 뒷발로 뱀의 머리를 밟고 앞발을 높이 들어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갈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커다란 화강암 위에 서있는 이 청동의 기마상은 계몽전제군주로 칭송 받는 에카테리나 2세 여왕이 피터대제의 통치 100주년을 기념하여 1782년에 세운 것으로 뱀은 스웨덴을 뜻하며 이것은 1721년 스웨덴과 싸워서 발트해의 출구를 장악한 것을 나타낸 것이다.
‘어디로 달려가는 것인가, 그대는 긍지 높은 준마여, 멈춰 서지도 않고….’
푸슈킨이 서사시 ‘청동의 기사’에서 영광을 노래한 이 동상 앞에는 꽃다발을 들고 참배하러온 신혼부부들이 많다. 그 뒤에 있는 이사크 성당은 돌로 지은 웅장한 건물로 높이가 102m나 되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황금빛 돔이 돋보인다. 무려 40여 년 간에 걸쳐서 건립된 이 성당은 피터 대제가 태어난 성 이삭의 날을 기념하여 이름한 것으로 성당 내부에는 성서를 토대로 한 모자이크 화가 그려져 있는데 '대홍수' '최후의 심판 등이 눈길을 끈다. 남쪽 입구 계단을 따라 돔으로 올라가면 바라다 보이는 시가지 풍경이 멋있고 앞뜰에는 니콜라이 1세의 동상이 서있다. 이사크 성당 냅스키 거리에 있는 카잔 성당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을 모방하여 지은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는 종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곳은 나폴레옹을 무찌른 쿠투조프 장군의 묘지이기도 하여 내부에 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성당 앞에는 왼편에는 쿠투조프 장군의 상이, 오른편에는 바콜레이 장군 상이 서있다. 호텔로 돌아온 친구들은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바에 갔더니 달러는 받지 않고 루불화만 받는단다. 그래서 환전소에 가보았지만 직원은 퇴근해버렸고 하는 수 없이 가이드가 호텔직원에게 통사정을 하여 달러를 손해보면서 루불화로 바꾸어서 겨우 목을 축일 수 있었으니 기가 찼다. 그리고 보드카를 사려고 해도 루불화가 없어서 살수 없고 호텔에 들면서 아예 여권을 회수해버리니 불안해서 거리에 나다닐 수도 없다.
에르미타주 국립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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