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11, 북국의 베니스 스톡홀름(Stockholm)
칼스타드(Karlstad)를 출발한 버스는 오곡이 무성히 자라는 넓은 들판을 달리고 달려간다. 초록빛 밀밭 속에 노란 유채 꽃이 피어있는가 하면 검푸른 숲과 그림 같은 집, 잔잔한 호수와 맑고 푸른 하늘이 참으로 평화로운 고장이다.
북유럽의 베니스라는 스톡홀름(Stockholm)은 수많은 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진 그림 같은 도시였다. 스톡홀름의 관광은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구시가지인 감라스탄(Gamla stan)으로부터 시작했다. 좁은 길가에 늘어선 오랜 건물들이 기념품 상점을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구시가지인 감라스탄
감라스탄 북쪽에 있는 왕궁은 약 250년 전에 세운 3층으로 된 석조건물이었다. 600개나 되는 방 가운데 일부는 공개하고 있었으며 보물의 방에는 역대 국왕들의 왕관과 보물이 전시되어 있고 국가의 방은 전통적으로 국왕 임석 아래 국회 개원식을 한다고 하지만 시간에 쫓긴 나는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왕궁
왕궁 남쪽에 있는 스토르키르간(대성당)은 1279년 건립된 후 몇 번의 개축을 거쳐서 1480년에 현재의 모습을 갖춘 유서 깊은 건물이다. 옛날부터 국왕의 대관식과 결혼식 이 행해지고 있으며 현재의 국왕인 칼 16세 구스타프왕과 실비아 왕비의 결혼식도 여기서 거행했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정면에는 제단과 왕좌와 1489년에 제작되었다는 ‘세인트 조지와 용’의 목각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예배뿐만 아니라 콘서트를 자주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인상적인 것은 대성당 뜰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기마동상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천군만마를 이끌고 적진으로 진격할 듯한 왕의 동상 머리 위에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있고.
그 이웃에 있는 스토르토겟(광장)은 감라스탄의 중심으로 덴마아크와 스웨덴이 왕권을 가지고 대립하여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킨 유혈참극이 있었던 스칸디나비아 역사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분수 하나가 물보라를 뿜어서 더위를 식히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이 바로 1520년 스독홀름 대살육이 일어났던 곳이다.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2세의 침입에 굴복한 후 90여 명의 귀족과 고관들이 처형된 것이다.
듀르가덴 바닷가에 있는 바사(Wasa) 박물관은 배 박물관이다. 스웨덴 국왕은 국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배가 필요했다. 그래서 국력을 기울려 바사호를 건조하여 1628년에 진수식을 하게 되었으나 바사호는 100m도 못가서 침몰하고 말았으니, 너무 많이 실은 대포와 포탄의 무게 때문이었다.
침몰된 바사호는 333년만인 1961년에 인양되어 다시 조립되었지만 첨단기술의 도움으로도 재기에 실패하여 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바사호(Wasa)는 길이가 47.70m에 64문의 대포를 적재한 1,300톤으로 당시 세계 최대의 전함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양에 치우친 나머지 기능적으로는 부실한 선박이 되어 두 번씩이나 좌절을 겪은 것이다.
유명한 노벨상이 수상되고 있는 시 청사는 멜라렌 호숫가에 우뚝 서있는 모습이 중세의 고성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건물은 해마다 12월 노벨 수상자 축하 만찬회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높이가 106m나 되는 종탑 위에는 스웨덴의 상징인 3개의 왕관이 빛나고 있고.
노벨상을 창시한 노벨은 스웨덴의 화학자로서 발명가이자 실업가였다. 그는 어뢰와 폭약을 제조하던 아버지에게서 일을 배우고 미국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뒤 귀국하여 폭약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안전성이 뛰어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평생 동안 독신으로 지내면서 기업을 운영하여 많은 돈을 벌인 그는 유산인 1천만 달러를 스웨덴의 과학 아카데미에 기증하면서 그 돈을 기금으로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자들에게 상을 주도록 했다. 그래서 1901년부터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부문에서 공적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수상하기 시작한 것이 노벨상의 기원이다.
그러다가 1969년부터 경제상을 추가하여 6부문에서 매년 세계에서 가장 공적이 많은 사람을 시상하고 있는데 시상식은 노벨의 고국인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거행하며 국왕이 손수 메달과 상금을 수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스웨덴 관광을 마치고 오후 4시에 핀란드 헬싱키로 가는 실리아 라인(Silja Line)에 탑승했다. 이 배는 길이가 203m에 58,400t이나 되고 13층에 선실이 무려 985개나 된다니 얼마나 큰가. 그래서 10,185호실에 숙소를 배정 받은 나는 11,623호실에 있는 친구를 찾아 나섰다가 복잡해서 찾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말았다.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여러 가지 술과 진귀한 음식들이 푸짐하다. 체면도 없이 술과 안주를 가져다 먹으면서 긴 여행길에 주린 배를 채운다. 실리아 라인의 호화스러움을 만끽을 하는 것이다.
술이 거나해진 나는 친구들이랑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술이라는 보드카 엡슬런트를 사 가지고 갑판에 올라서 실리아 라인 승선의 축배를 들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권하다가 노래를 부르면서 한바탕 신나게 논 것이다.
13층 홀에는 세계인들이 모여서 노래의 향연을 벌렸다. 민족도, 국적도, 남녀도 관계없이 세계에서 모여 던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 언제였던가, 나는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그 호화롭고 장대한 스케일에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 실리아 라인을 타고 발틱해를 유람할 줄이야, 감히 꿈엔들 상상해보았던가. 이 세상은 역시 살만한 가치가 있다.
배는 점점이 늘어선 수많은 섬 사이를 헤쳐 가는데 온종일 빛나던 해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서서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히느님,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