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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1938년 여름 경기도 고양군 숭인면 성북리(현재 서울 성북동)에 있는 문화재 수집가 전형필의 사저 북단장(北壇莊)에서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이 문을 열었다. 흰색 현대식 2층 건물에 보화각(�華閣·보물을 보전하는 집)이란 이름을 붙인 사람은 당대 최고의 문화재 감식안(鑑識眼) 오세창이었다. 그는 전형필을 문화재 수집으로 이끈 사람이다. 개관식엔 현판을 쓴 오세창과 고희동·이상범·노수현·안종원 등 당시 서화계(書畵界) 중요 인사, 그리고 전형필의 외종사촌형 박종화가 자리를 함께 했다.
▶ 보화각은 전형필(1906~ 1962)이 세상을 떠난 뒤 1966년 그의 아호를 따 간송(澗松)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간송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십만 석 재산을 우리 문화재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게 지키는 데 쏟아 부었다. 경매에 나온 고려청자를 일본인과 숨막히는 경쟁 끝에 손에 넣는 등 수많은 일화도 남겼다. 간송미술관은 1971년 가을 '겸재 정선의 회화 전시회'를 시작으로 매년 봄, 가을에 특별전시회를 열어 소장품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한다.
▶ 간송미술관은 서화와 도자기를 중심으로 수천 점의 문화재를 갖고 있다. 그중엔 훈민정음,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금동삼존불,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등 국보 12점과 보물 10점도 있다. 국보 수로는 삼성그룹의 삼성미술관·호암미술관 다음이다. 특히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오원 장승업 등 조선 후기 대가들 작품을 100점 이상씩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 지난 12일 시작돼 어제 끝난 간송미술관의 가을 특별전시회에 20만명 넘게 몰렸다. 이번 전시회는 조선시대 서화의 걸작 104점을 추려 내놓았다. 특히 최근 TV 드라마를 통해 주목을 끌고 있는 신윤복의 '미인도' 앞은 엄청나게 붐볐다. 빗속에서도 몇 시간씩 마당에 줄 지어 기다리는 사람들로 개관 이래 최고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 간송미술관은 전시보다는 연구를 위주로 한다. 특별전시회 때 발간하는 논문집 '간송문화(澗松文華)'와 '추사명품첩' '겸재명품첩' 등 자료집은 미술사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우리 고(古)미술의 보고(寶庫)가 일 년에 두 번만 문을 여는 것에 아쉬움을 갖는 사람이 많다. 이젠 낡아 버린 건물에서 불편하게 전시물을 봐야 하는 데 대한 불평도 나온다. 민족문화의 보배를 보다 많은 국민이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이선민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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