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내놓은 전망치인 ‘5% 안팎’과 큰 격차를 보이는 수치다. 특히 밖에서는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실물경제로까지 파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안에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상수지 적자 등이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내년 경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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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실질 기준으로 4.8∼5.2%로 예상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내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국내경제도 정상궤도로 복귀되면서 경제성장률은 5% 내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경제성장률이 매년 단계적으로 상승해 2012년이면 6.6∼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엔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7.4.7 공약’대로 임기 내 성장률 7%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등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의 전망은 이같은 정부의 목표 달성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또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4% 성장이 힘들고 하반기에도 자신 있게 좋아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WEO)에서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인 4.3%보다 0.8%포인트 낮춘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13일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3.9%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성장률 하향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의 전망 역시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LG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4.4%에서 내년에 3.6%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세제 개편안의 효과가 반영된다면 0.4%포인트의 추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주요 예측기관의 전망대로 내년도 성장률이 3%대 중후반에 머문다면 2003년 이후 6년 만에 3%대로 추락하게 된다.
경제성장률은 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3.1%를 기록한 뒤 2004~2005년 4%대에 머물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5.1%와 5.0%로 2년 연속 5%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5%대에서 올해 4%대, 내년 3%대로 경기 둔화세가 확연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의 안정 등으로 내년에는 3%대 중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2.5∼3.5%) 이내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상한선 부근까지는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물경제 국내외 변수 많아
내년에 한국 경제가 예측 기관의 전망대로 움직일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국내외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극복될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신용경색이 실물로 파급되는 데 따른 경기침체의 깊이와 지속기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이런 외풍을 어느 정도 견뎌낼지도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위기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실물침체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여서 대외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상당히 높다는 게 취약점이다.
선진국에 이어 신흥시장국 등으로 경기침체가 퍼져나간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수출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은 우리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8월 경상수지 적자가 47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은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2% 늘어나는 데 머물렀으나 수입은 37.6%나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실물경기 침체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촉발한다면 저축은행의 부실을 터트리면서 금융권 전반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계부채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예금취급 기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4조 2776억원 늘어난 503조 999억원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침체는 오래갈 것이며 앞으로 2∼3년간 저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성장 드라이브는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인내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