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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바덴 번화가에 있는 '카이저-프리드리히 온천'의 모습입니다.
지난 번 친구가 살고 있는 독일 마인쯔의 볼거리와 친구와의 작별을 이야기하면서 친구를
꼬드겨 제가 있던 비스바덴으로 데리고 오려는 이유가 있었다고 했었지요? 오늘은 바로
그 이유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저나 남편이나 우리 둘 다 온천, 스파 이런 걸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지난 번 남편의 홀로
출장 때 남편은 제게 독일의 온천장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었지요. 저와 함께였다면 당연히
온천에 같이 갔을텐데!~ 하면서 많이 아쉬워했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독일 방문에서 우리
둘이 함께 온천에 가는 걸 기정사실화 했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요. 독일에서는 온천의 의미가 남녀가 함께 옷을 벗고 들어가 목욕하는 걸 말
함이고, 워낙 어려서부터 그런 문화에 익숙한 독일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저희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아니 어떻게 남녀가 홀라당 옷을 다 벗고 함께 목욕을
한다는 말인지요?
어찌 보면 날 때의 모습 그대로 편하게 목욕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철이 조금 들 무렵부터는 여자 목욕탕에 들어오는 남자 아이들만 봐도 기겁하고 괜
시리 부끄러워지는 저로서는 도저히 용기가 안 나는 일이지요.
남편도 역시 저와 생각이 같아서인지 지난 번 출장에서도 기어이 온천 경험을 하지 않고 돌
아 오더니 이번에 저와 함께라도 용기를 내지 못하더군요. 저는 사실 남편이 용기를 낸다
면 못 이기는 척 하고 한 번 색다른(?) 경험을 해 볼까도 생각했었습니다만… ㅎㅎ
다행히도 일주일 중 화요일은 ‘숙녀들의 날’이라 저는 결국 온천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그 날이 제가 독일을 떠나기 전 날이라 친구와 함께 온천에 가길 원했던 거랍니다.
몇 번이나 친구에게 온천에 함께 가자고 했었는데, 제 친구도 이제 서양 문화에 더 익숙해
져서인지 이제는 친구와도 목욕하기가 어색하나 보았습니다. 기어이 거절을 했거든요.
사실 독일에 있는 동안 한, 두 번 남편에게 함께 온천에 갈까, 정 싫다면 나 혼자서라도 걍
가 버릴거야!(그땐 물론 여자들만의 날이 따로 있는 지 몰랐었거든요.^^) 하고 엄포(?) 내지
공갈협박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럴 의향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남편 놀려주려
고 말이지요. 그랬는데 남편은 정색을 하면서 “노!”라고 하더군요. ㅋ
우연인지 몰라도 그 얘기가 있던 날 밤에 호텔에서 혼자 유유자적하며 목욕과 독서를 동시
에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진짜 혼자 갔는지, 안 갔는지 확인하려고 전화를 한
건 아니었겠지만 제가 또 그랬죠. “왜 나 혼자 온천 갔을까봐? 가서 남자들의 멋진, 벗은
몸 감상할까봐?”하면서 낄낄거렸습니다.
위의 사진은 공식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저 혼자 온천에 갔었는데, 으음… 한국의 온천과 분위기(물론 거긴, 때 미는
사람은 절대 없고요. ㅎ)와 시설(제법 큰 냉탕이 자그마한 수영장 크기였고, 쉴 수 있는 공
간이 꽤 여러 군데였구요.)은 달라도 여자들 시원하게 벗은 몸에 외국 나와서 이렇게 실컷
외국녀들 몸매 감상하기는 생전 처음이었답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제 몸을 이렇게나 많은
외국녀들에게 보여준 것도 난생 처음이었고요.^^;;
그렇게 해서 저만의 독일 온천 경험을 해 봤는데요. 옷을 다 벗고 온전한(?) 자유로움 속에
냉탕에서 수영을 하는 기분 참 묘하면서도 산뜻했습니다. 그리고 소금 맛이 나는 온천에서
맛사지를 즐기는 그 기분도 아주 훌륭했고요. 또 번잡하지 않게 홀로 사우나에 들어앉아
있던 기분도 꽤 괜찮았답니다. 참 러시아식 사우나는 핀란드식 사우나처럼 습식인데 너무
습하지도 않고 좋았구요.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석탄에 물을 끼얹는 ‘스톤 스팀 사우나’도
꽤 흥미로왔습니다.
아마 다음 번에는 좀 더 용기를 내어 남편과 함께 온천에 가게 되지 않을까란 기대를 해 보
면서 제일 마지막으로 샤워를 마치고 시원한 밤공기를 가로질러 호텔로 돌아왔지요. 그런
데 처음엔 입장료가 3.50 유로인 줄 알고 웬걸 이렇게 싸지!? 했었는데 알고 보니 시간 당
그 가격이더군요. 제가 팜플렛을 잘 못 본 것, 아니 엄밀히 말해서 보고 싶은 대로 본 것이
었겠지요. ㅎㅎ
떠나기 전 날 밤의 비스바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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