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버블의 종말… 재앙이 오고 있다 한국 '제2 외환위기' 오지 않을 것"
뉴욕=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금융의 대부(代父) 조지 소로스(Soros·78)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단언했다.
"주택 버블 위에 지난 25년간 유동성 버블이 얹혀 수퍼 버블(super bubble)을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거품을 지탱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고, 미국 주택대출시장은 완전히 붕괴하고 있다."
소로스 회장은 시장이 지각 변동을 일으킬 때면 동물적 감각으로 변곡점을 찾아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려왔다. 암울한 파국을 단언한 그의 종말론적 금융 예언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말 그는 '금융 재앙'과 '세계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언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질서는 그때마다 스스로를 구원했고, 그는 '거짓 예언자'로 전락했다. 두 차례 예언 실패로 미 언론은 그에게 "늑대가 온다"고 소리친 '양치기 소년'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번엔 그의 예언이 맞을 것인가?
"내가 틀렸다고 느끼지 않는다."
소로스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의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종말론적 금융 예측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긴급 구제조치 등을 거론하면서 "이미 보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1980년대 초엔 영란은행, 1990년대 말엔 한국의 원화와 태국의 바트화 등을 공격해 수십억 달러를 챙긴 그에겐 '세기의 투기꾼'과 '자본주의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반면 요동치는 세계 금융의 파고 속에서 명료한 질서를 찾아내 '20세기의 연금술사'라는 칭송을 받고, 거액의 자선사업으로 '박애주의 실천가'라는 찬사도 얻었다.
그는 자본주의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이 정립한 '재귀(再歸)이론(ref lexivity·균형점에서 벗어난 현실을 시장 참여자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전제로 다시 행동함으로써 시장이 극단적으로 흐르게 된다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아직 그다지 인기가 없어 '실패한 철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소로스 회장의 모순은 종말론적 예측과 투자의 성공 사이에서 더욱 날카롭게 대립한다. 그의 종말론 예측은 틀렸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와중에 번번이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구의 언론은 오랫동안 그 부분을 파고 들었고, 그는 "돈을 번 것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잘못을 교정한 다음의 일"이라고 일관되게 해명해왔다.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가 방향이 잘못되었을 때 등에 실제로 통증을 느낄 만큼 본능적 투자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이번엔 내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 않고 등에 통증도 없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요즘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매우 '방어적(bearish)'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같은 위기 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가 지금까지 돈을 잃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로스 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는 지난 7월 22일 뉴욕 맨해튼 소로스 본사 건물 33층 회장실에서, 자신의 새 책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이뤄졌다. 85억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27위 갑부인 그의 사무실에선 센트럴파크와 허드슨강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공간은 좁았다. 검소하다는 평대로 사무실엔 작은 회의용 탁자와 컴퓨터가 올려있는 사무용 책상이 전부였다. 그는 한국 일각에서 일고 있는 '제2의 외환위기론'에 대해 "그럴 위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엔 한국이 경제위기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주변부에 불과하다는 것. 대신 고유가 등으로 인한 인플레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마치 저울로 재듯 느린 말투로 신중하게 자신의 발언을 이어갔다. '철학자'의 면모를 강조하고 싶어하는 그의 의도는 '세계적인 투자가'의 전망을 들여다보려는 기자의 의도와 가끔씩 충돌하기도 했다.
- ▲ 일러스트 이철원기자 burbuck@chosun.com
■수퍼 버블의 붕괴
―현재의 금융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분명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현재를 수퍼 버블(super bubble)이라고 하는 것은 주택버블 위에 지난 25년간 유동성 버블이 얹혀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신용 팽창이 있었다. 모든 버블에는 자산가치가 불어나는 현실과 이를 악화시키는 잘못된 인식이 결합되어 있다. 내가 '재귀(reflexivity) 이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재귀적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은 전통 이론이 얘기하는 것처럼 균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간다. 시장이 항상 옳다는 시장 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는 틀렸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작년 고점 대비 20%가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어떤 근거로 최악이라고 하는가.
"지난 25년간 수차례 금융 위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정책당국이 개입해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왔다. 이는 투자자와 일반 대중의 자신감을 강화했다. 정책당국이 늘 책임져 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위기들은 신용 팽창을 가속화했고, 잘못된 시장의 자신감을 강화시켜 버블을 교정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순환이 가능하지 않은 지점에 도달했다. 정책당국은 이번에도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있다. 금리를 낮췄고, 재정을 늘렸지만, 금융회사들의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일반 경제도 하강 중이다.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지겠는가.
"어떤 식으로 더 악화될지 예견하는 것은 힘들다. 다만, 이번 위기는 훨씬 광범위하다. 금융시스템은 과거 위기 때보다 타격을 더 받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부문만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체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매우 약해졌다."
―그렇다면 대공황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공황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정책당국은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하지만 모기지와 주택대출시장은 완전히 붕괴됐다. 모기지 보험회사는 매우 불안하고, 정부는 이제 모기지증권 발행회사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는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주택 가격은 아직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오를 때 지나치게 올라서, 떨어질 때는 더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 모기지 금융을 얻기는 더욱 힘들고, 금리는 올랐는데, 주택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를 갚지 못해 집을 잃었고, 이게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은 앞으로 얼마나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가.
"예측할 수 없다. 지금도 떨어지고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바닥이라는 어떤 신호도 없다."
―일본 식의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의 상황이 당시 일본의 상황과 흡사하다."
―미국 경제가 언제쯤 바닥을 치겠는가.
"결단코 올해는 아니다. 주택시장은 내년에 바닥을 칠 수 있다. 주택 가격이 매우 빠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하강 속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순 없다."
―주택시장은 내년에 바닥을 칠 수 있지만,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바닥을 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가.
"모르겠다. 다만 주택시장은 내년에 바닥을 칠 것이다. 아주 늦어도 내후년엔 살아난다."
■미국 경제 침체에 들어가면, 상품 버블도 중단
―수퍼 버블의 종언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버블이 끝난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수퍼 버블이 터지고 있는 와중에, 석유와 상품시장의 거품을 보고 있지 않는가. 모든 버블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금융시장은 버블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당국은 그런 가능성을 받아들여, 버블이 너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우리는 버블이 크는 것을 중단할 수 없으며, 다만 소비자 가격을 조절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통제할 수 있지만, 자산 인플레이션은 통제 밖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시장이 버블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상품시장의 버블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면, 상품시장 버블은 중단될 것이다. 미국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유가(油價)는 얼마나 더 오를 것으로 보나.
"미래는 늘 가변적이다. 모든 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그 문제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버블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 유가가 떨어진다는 거다. 가까운 시기에 유가가 꼭지를 찍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수퍼 버블이 붕괴되는 시기라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말할 수 없다. 조건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답을 줄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버블이 붕괴하는 게 아니라면, 투자자들이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있지 않겠는가.
"정부 발행 물가 연동 채권(TIPS·Treasury Inflation Protected Securities)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 연동 채권은 기본지급 이자가 일반 채권보다 낮다. 은신처로 피하려면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 달러화는 어디로 가고 있나.
"달러화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조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과거 동료였던 짐 로저스(Rogers)는 중국 투자에 대해 대단히 낙관적이다. 이 견해에 동의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중국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반복되는 얘긴데…."
(이때 대변인이 끼어들어, "소로스 회장은 시장 예측을 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며 질문을 다른 쪽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소로스 회장도 투자와 시장 예측을 빼곤 다른 어떤 것이라도 얘기할 수 있다며 주제를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엔 내 예언이 틀리지 않는다"
―그럼 책 얘기를 더해보자. 당신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돈을 벌었다. 책에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큰돈을 벌었으며, 그때마다 등에 물리적 통증을 느낀다'고 했다. 혹시 지금 '내가 뭔가 틀렸다'라고 깨닫고 있는가, 등에 통증을 느끼는가.
"(웃음)등에 전혀 통증이 없다."
소로스는 과거 여러 차례 금융시장의 종말을 예측했으나, 그 예측은 빗나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과거 실패 경험을 들어, '양치기 소년이 다시 외친다'는 제목을 뽑기도 했다.
―이번에는 당신이 맞는다고 확신하는가.
"내가 틀렸다고 느끼지 않는다. 내가 맞는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내가 틀렸다고 느끼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신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했다. 이번에는 진짜 늑대가 나오는가.
"이번에도 내가 틀릴지 모르지만, 이미 보고 있지 않은가.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질문을 6주 전에 던졌다. 그동안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그 질문을 던진 기자와 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상황이 훨씬 나쁘다는 걸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소로스 회장이 피했던 투자와 시장에 관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당신은 금융위기 때마다 큰돈을 벌었다. 지금의 위기에서 당신처럼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렵다. 돈을 벌기 매우 어렵다. 지금은 엄청나게 부(富)를 파괴하는 시기다. 만약 부를 보전하고 있다면, 매우 잘하고 있는 거다.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매우 적고, 대부분은 돈을 잃고 있다."
―당신의 책은 정작 언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지금 조지 소로스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나는 지금 매우 방어적(bearish)이다. 네거티브(negative)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균형을 잡기 위해 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투자해 놓은 것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고 있다. 네거티브 사이드에 서서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당신은 전체 경제의 방향을 예측해 돈을 넣는 매크로 투자로 유명하다. 지금 당신의 매크로 포지션은 어느 쪽인가.
"일반적으로 네거티브 사이드다."
―네거티브 사이드에 있다는 게 무슨 뜻인가.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작년에도 돈을 벌었다. 어떻게 벌었는가.
"지난해 투자 전략은 중국과 인도였다. 매우 성공적이었다. 반면 미국시장에서는 손실에 대비해 보호장치를 걸어두었다. 작년에 거둔 투자 수익의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에서 나왔다. 올해는 두 시장에서 손실을 보았지만, 복합투자(composite)를 해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돈을 벌지도 못했다."
―당신이 싫어하는 시장 예측에 관한 것이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인도는 계속 유망한가.
"두 시장에 대한 현재의 전망은 몇 년 전과 비교할 때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 위협과 낮은 수익성 등 두 시장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 ▲ 블룸버그
■"케인즈가 살아 있다면 내 의견에 동의할 것"
―당신은 경제 현상이 균형으로 수렴한다고 전제하는 기존 경제학의 이론은 틀렸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 이렇게 불확실한 시대에 경제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제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확실한 세상을 가정한다. 하지만 세상은 불확실하다. 경제학은 이런 불확실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미래는 현실과 인식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데, 경제학은 확실성을 전제로 예측하기 때문에 틀리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위대한 경제학자는 누구인가.
"케인즈(Keynes)다. 나는 케인즈를 존경한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은 케인즈와 매우 비슷하다. 만약 케인즈가 살아 있다면, 내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당신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지적 기능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여적 기능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킨다. 이런 구조라면 역으로 현재의 위기도 상호작용을 통해 막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시장이 극단으로 간다는 것을 인지하면, 극단으로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전 세계 정책당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은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 이미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은 과거의 실수가 낳은 결과물이다. 규제당국은 시장 자체에 규제를 맡겨 놓는 바람에 규제에 실패했다. 그 부작용을 지금 겪고 있고, 이는 피할 수 없다."
■"한국은 위기의 주변부에 있다… 인플레를 조심하라"
외환위기 당시 소로스 회장은 헤지펀드를 이끌고 선봉에서 한국 원화, 태국 바트화 등을 공격했다.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2의 IMF 위기론'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선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그런 위험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1990년대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한국은 위기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의 주변부에 있다. 한국이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버블과 위기는 전염성이 있지 않은가.
"물론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주된 위협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위협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엄청나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경제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상품 가격이 다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한국도 내년부터 헤지펀드를 도입한다. 헤지펀드의 대부로서, 앞으로도 헤지펀드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는가.
"헤지펀드는 돈을 관리하는 매우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수단이다. 헤지펀드는 가치 있는 선진 금융수단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빚을 끌어다 투자하는 레버리지(leverage)기법을 사용한다.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위험도 있다."
―헤지펀드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인가.
"반드시 헤지펀드를 규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헤지펀드가 동원하는 신용 규모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열린 사회'로 나가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당신은 '열린 사회'의 열렬한 지지자다. 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는 아마도 북한일 것이다. 북한이 개방사회로 향하도록 도울 계획이 있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북한이 개방사회로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돈을 이용해 헝가리를 포함해 옛 소련 블록 국가들이 개방사회로 나가도록 도왔다. 북한에도 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북한 당국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헝가리 이민자로서 당신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가.
"주로 아버지 때문이다. 그리고 부친이 내게 준 교육 때문이다."
―당신처럼 성공을 꿈꾸는 전세계 젊은이에게 조언한다면.
"비판적인 사고(critical thinking)를 하라. 그리고 실수할 때 깨닫고 고쳐라."
인터뷰 동안 소로스 회장은 철학적인 질문이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진정으로 '성공한 철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가 이론으로 정립한 문제 의식은 분명 금융시장의 큰 굴곡을 읽는 잣대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그의 대변인이 소로스 펀드의 규모가 '170억 달러'라고 얘기하자, "아니, 200억 달러"라고 즉각 최신 숫자로 교정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소로스는 투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소로스는 누구?
한국 'IMF시절' 헤지펀드로 원화 공격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와 세 번째 결혼
조지 소로스(Soros·78)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을 중립적으로 부르는 말은 '억만장자(billionaire)'다. 그는 2006년 기준으로 85억 달러의 재산을 소유, 세계 27위의 갑부에 올라 있다. 그는 투자를 통해 얻은 막대한 부(富)를 자선사업에 쓰고 있다. 지난 2006년 23억6700만 달러를 기부, 글로벌 자선사업가 리스트 4위에 올랐다. 헝가리 출신 유태인으로, 독일 나치의 대량 학살 위협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의 경험은 '열린 사회'에 대한 신념으로 굳어졌다. 그가 세운 자선단체 '오픈 소사이어티'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활발한 자선 활동을 펼치며 해마다 4억 달러 이상을 기부한다.
18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철도역 짐꾼, 여행 세일즈맨, 마네킹 조립공장 등을 전전하며 바닥 인생을 체험한 그는 뉴욕으로 건너가 펀드매니저로서 재능을 꽃피웠다. 1969년 짐 로저스(Rogers)와 함께 세운 퀀텀펀드는 1만 달러로 시작해 20년 뒤 21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해 헤지펀드의 교과서로 불린다.
두 번 이혼한 그의 현재 부인은 한국계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전(46)씨다. 지난 2006년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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