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의 대가 소정(小亭) 변관식 화백의 산수화
[ 누각청류 (1939) ]
세상을 방랑하며 지내던 시절, 어느 시골 길에서 만난 풍경인가 보다.
계곡 아래에서 위에 있는 무지개 다리와 누각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풍경을 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정말 평화롭고 고요할 듯 하다. 이 그
림은 실경을 직접 사생하면서 그린 그림인데, 특별히 그가 새로운 형
식을 연구하던 중의 화풍으로 여겨진다.
[ 설경 (1943) ]
한겨울, 소담스럽게 내린 눈으로, 더욱 고요한 산 속에 파묻힌 초가집과
그 풍경이다. 소정은 눈이 덮힌 나뭇가지들과 화려한 자태의 산세를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유랑 중에 만나 조선의 산세인 듯 하다.
[ 조춘 (1944) ]
이 그림도 변관식 특유의 아주 작게 찍은 점들과 짧게 터치한 단필 등이
화면 한 가득 그려져 있다.겨울을 막 지나 이제 새싹이 돋아나는 나무들
이 산줄기를 따라 웅장하게 펼쳐져 있고 기존의 수묵화들과 다르게 청색
과 녹색 그리고 주황색 등 화려한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봄이 오는 생기를
충분히 느끼게 하고 있다.
[ 농촌의 만추 (1957) ]
농촌의 늦은 가을 풍경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묘사된
표현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그림을 그렸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다각
적인 위치에서의 시점을 구사하여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 외금강 삼선암 (1959) ]
그의 수많은 금강산 그림중에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는 그림으로 독특한
시선으로 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과 먹빛의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는 금강산을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걸으면서 여러
각도에서 보았기 때문에 구상되어질 수 있었던 화면이리라.
[ 내금강 진주담 (1960) ]
동판화인 듯, 혹은 펜으로 날카롭게 그린 듯,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섬세하게 표현된 작품으로 외금강을 그린 작품에서는 남성스러운 웅장함이
느껴지는 반면, 내금강을 그린 작품에서는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스러움
이 느껴지기도 한다.
[ 옥류청풍 (1961) ]
이 그림도 금강산의 한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이 역시 위에서 아래로 계곡을 바라
보고 있는 독특한 구도의 작품이다. 그림 위에는 ‘시를 짓는 것은 형태없는 그림
을 그리는 것이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말없는 시를 짓는 것이다’라는 의미를 가
지고 있는 왕유의 제시가 적혀 있다.
[ 비폭도 (1965) ]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듯한, 짧고 힘있는 필치들이 산세와 나무, 그리고 계곡을
이루고 있으며 조그만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뒤, 동산 위에 있는 소나무들은 기이
할 정도로 크게 그려져 있다. 아마도 이 소나무 숲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는 모양
이다. 평화롭고 정겨운 우리의 농촌이고 산촌의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 산촌 (1969) ]
운치있는 먹빛과 짧은 필치의 나무, 그리고 산세의 아름다움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끈기와 질긴 생명력을 느끼고
이러한 생명력이 조선 땅에 흘러 우리민족의 기운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 금강산 단발령 (1974) ]
금강산에 있는 단발령(斷髮嶺)은 소정 뿐만 아니라 겸재 정선과 이인문과 같은 화가
들도 많이 다룬 풍경이기도 하다. 변관식은 이 그림으로써 또 하나의 예술적 정상에
다다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면 전체에 가득한 시원스런 동세와 변화에 놀라고, 그
풍경이 무수한 점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하고 선과 먹, 그리고
여백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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