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담임들이 울고간다

鶴山 徐 仁 2007. 7. 4. 09:44

 

‘담싫모, 담저모, 담죽모….’

경기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A씨는 얼마 전 한 학생으로부터 자신의 비공개 안티카페가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했다. 학생의 아이디를 빌려 들어간 카페에는 ‘A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A를 왕따시키자.’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욕설로 가득했다. 그가 더욱 놀란 것은 카페 개설자가 자신을 가장 잘 따른다고 믿었던 반장이었다는 것.A씨는 “아이들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더 이상 교사를 계속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선생님에 대한 적대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담임교사 안티카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정 교사에 대한 비난은 물론, 폭력 사용이나 촌지 수수 등 치부를 폭로하며 조롱하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치부 폭로·원색적 욕설… 반장 등 주도 충격

안티카페는 대부분 학교의 처벌을 우려해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검색해도 수십여개의 공개된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회원수는 1∼2명에서부터 120명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역겨운 담탱이 안티(‘담탱이’는 담임 선생님의 속어)’,‘담죽모(담임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담싫모(담임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담저모(담임을 저주하는 이들의 모임)’ 등 이름부터 섬뜩한 카페도 상당수다. 특정 선생님에 대한 혐오뿐 아니라 한 학년 혹은 학교 선생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연합카페’도 존재한다. 카페에 등록된 게시글 또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찾아볼 수 없다.

“△△가 요즘 너무 깝치는 것 같아.”“□□는 요즘 화장이 진한 게 미친 거 아냐?”등 원색적인 욕설만이 가득하다. 한 학생은 “어차피 ◇◇이는 실력도 없는데 차라리 수업시간에 ‘불량배한테 돈을 덜 뺏기는 방법’이나 ‘지나가다 실랑이하지 않는 법’ 같은 거나 가르치라.”며 교사를 비꼬기도 했다.

“공교육 붕괴 안티카페 근본 원인”

인터넷을 통해 특정 학생·교사를 공격하는 것은 전세계의 공통적 현상.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특유의 집단성과 결합해 따돌림 대상에 대해 더욱 큰 충격을 주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때문에 한 학생이 담임 교사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일수록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며 이와 비례해 해당 교사는 “반 전체 학생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배신감과 자괴감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나범정 뉴라이트학부모연합 사무처장은 “공교육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스승에 대한 권위나 존경이 사라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학생들의 불평을 감수하고라도 진정한 ‘사도’를 보이려는 책임감 없이 그저 자리 보전에만 연연하는 일부 교사들의 소극적 태도 또한 지금의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기사일자 : 2007-07-04    7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