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파릇하게 솟아오른 여린 잎과 새순의 건강한 맛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흙냄새 풋풋한 지리산 자락 산나물과 청도 운문사 공양의 정갈한 들나물.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나물의 향기를 한데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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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여덟 살까지 장수한 공자는 제철 음식이 아니면 입에 대지도 않았다고 한다. 계절마다 몸이 필요로 하는 맛과 자연이 제공하는 맛은 신기하리만큼 맞아떨어지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 수많은 제철 음식 중에서도 봄나물만큼 무궁무진한 효능과 맛을 지닌 먹거리도 없다. 한방에서는 봄을 타는 것을 간과 심장의 기운이 쇠약해져 있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간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신맛과 심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쓴맛이 나는 음식을 권하는데, 냉이, 달래, 쑥, 씀바귀 등의 봄나물 대부분이 쓴맛과 신맛을 가지고 있다.
싸서 먹고 말려 먹고 무쳐 먹는 자연의 맛 봄나물의 비타민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는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봄나물에 풍부한 비타민 C는 피로회복을 돕고 무기질과 비타민 A와 C는 체내 저항력을 길러주어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것 역시 나물의 효능 중 하나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는 데톡스 식단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해독 성분을 지녔다. 요즘은 하우스에서 재배한 푸른 채소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제철에 자란 봄나물은 영양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
다달이 찾아오는 세시풍속 음식에는 나물이 자주 등장한다. 각기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과 어울리는 맛을 지니고 있는 나물들이다. 입춘이 되면 시고 매운 생채로 입맛을 돋우고 삼짇날에는 쑥떡을 해 먹고 백중에는 100가지 나물을 무쳐 먹는다. 특히 초봄의 풀은 독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독성이 약한 것은 물에 담가두거나 하여 독성을 제거하고 먹기도 한다. 그야말로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자연 먹거리인 것이다.
나물은 크게 생채와 숙채로 나뉜다. 익혀서 먹는 숙채는 흰색, 푸른색, 붉은색의 삼색 나물이 기본이며 생채는 계절마다 새로 나온 채소로 싱싱하게 무친다. 생채에 밥을 싸서 먹는 쌈도 일종의 나물 반찬이다. 봄나물은 색이 산뜻하면서 여린 것이 맛있는데 만졌을 때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듯한 것이 좋다. 양념과 참기름은 적게, 대신 들기름을 써서 나물의 푸릇하고 신선한 향을 살려 조리하는 것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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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은 남쪽으로부터 올라온다. 방방곡곡 파릇파릇 돋아 오르는 새순은 전부 나물이 된다. 무치고 데쳐 먹는 봄나물의 향기는 가장 뛰어난 제철 먹거리의 대표다. 2 나물이 좋은 지역은 장맛도 좋다. 무침이나 쌈에는 항상 장이 사용되기 때문에 나물요리에 있어서 장맛은 매우 중요하다.
2. 단호박죽 단호박의 껍질을 벗겨 썰고 물에 삶아 으깬다. 여기에 콩, 조, 수수, 옥수수, 찹쌀가루를 넣고 죽을 쑤다가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한다. 잡곡이 씹히는 맛이 좋고 밥 대용으로도 든든하다. 돌나물물김치
김치통에 돌나물, 채썬 당근, 오이, 홍고추를 넣고, 연하게 쑨 밀가루풀에 배즙과 무즙을 섞어 소금간한 것을 붓는다. 하루 정도 두었다가 미나리를 띄워 낸다. 오래 두고 먹지 말고, 한 번이나 두 번 먹을 양만 만든다. 씀바귀고추장무침 씀바귀 뿌리를 다듬어서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그런 다음 잘게 다져 고추장, 다시마식초, 매실엑기스, 조청, 깨소금을 넣은 초장에 버무린다. 다시마식초는 통에 다시마를 잔뜩 넣고 식초를 부은 뒤 설탕을 넣어 만든다. 참나물무침 참나물을 다듬어서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국간장, 참기름, 깨소금으로 무친다. 나물을 씻을 때 남아 있는 물이 빠져나가고 양념물이 배어들도록 조물조물 무치는 것이 포인트. 양념은 적고 단순해야 향긋한 맛이 난다.
3. 쑥적 감자를 갈아 밀가루를 조금만 섞고 소금간한 뒤, 쑥을 넣고 버무린다. 이때 쑥은 썰지 말고 다듬기만 한다. 들기름만 사용하면 부칠 때 연기가 많이 나고 전이 검어지므로 올리브오일을 섞어 전이 예쁘게 부쳐지도록 한다. 양념간장 진간장에 미나리를 다져서 넣고 통깨를 뿌린다. 풋고추를 넣으면 쑥 향이 날아갈 수 있다. 향을 살려 먹는 음식에는 참기름을 생략해도 좋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