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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중동圈

절경 해금강 수백개 이어놨다, 80㎞ 바위기둥에 눈이 번쩍

鶴山 徐 仁 2019. 9. 13. 15:05

절경 해금강 수백개 이어놨다, 80㎞ 바위기둥에 눈이 번쩍

레나 필라 국립공원의 바위 기둥. 200m 높이의 바위 기둥이 레나 강변을 따라 80km나 펼쳐져 있다.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는 지난 2015년 9월 12~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원(APOCC) 등과 함께 극동 러시아의 젖줄인 아무르 강과 레나 강을 취재했다. 당시 취재 내용은 같은 해 9월 27일 자 중앙SUNDAY 지면에 게재됐으나, 지면 제약으로 다양한 사진을 소개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당시 촬영한 7000여장의 사진 중에서 고른 사진과 당시 취재 내용을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러시아 사하 자치공화국과 레나강의 위치

러시아 사하 자치공화국과 레나강의 위치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레나강의 모래톱. 강찬수



극동 러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사하 자치공화국.

극동 러시아 젖줄을 가다 (하) - 레나강

사하족은 시베리아 최다 민족 구성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러시아의 강한 힘에 둘러싸인 맹지(盲地) 국가다.
북극해 쪽으로는 바다로 열려 있으나, 겨울에 얼어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륙 국가나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본 러시아 야쿠츠크 인근의 레나강. 강찬수 기자



수도인 야쿠츠크를 지나는 레나 강은 그 사하 공화국의 젖줄이다.

중앙 시베리아 남쪽에 위치한 바이칼 산맥에서 북동쪽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레나 강은 야쿠츠크를 지나면서 다시 북서쪽으로 방향을 크게 틀고, 다시 북쪽으로 흘러 북극해로 들어간다. 전체 길이는 4294㎞에 이른다.
 

가을 단풍이 들기 시작한 러시아 사하 공화국의 레나강. 강찬수 기자



취재팀은 레나 강 취재를 위해 이른 아침 낡은 버스를 타고 야쿠츠크 시내 호텔을 출발했다.
9월인데도 호텔 현관의 온도계는 기온이 영상 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로변 휴게소 주변의 풀과 나뭇잎 위에는 성리가 하얗게 내렸다.
 

개발 열풍에 불도저 굉음 

추위가 일찍 찾아온 러시아 사하공화국. 9월 중순인데도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강찬수 기자



버스는 자작나무와 가문비나무 숲 사이로 난 포장·비포장 도로를 2시간 달렸다. 

야쿠츠크에서 남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파크롭스크에 이르자 레나 강이 내려다보이는 자작나무 숲 사이로 굉음이 울렸다.
 

레나강변에서 이뤄지는 도로 공사 현장. 강찬수 기자

레나강변 도로 공사 현장. 강찬수 기자



대여섯 대의 불도저가 동시에 흙더미를 밀어내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고 비좁은 진흙탕 길을 펴 왕복 4차로의 도로를 만드는 현장이었다.
파크롭스크는 서쪽 우다치니·미르니의 다이아몬드 광산과 남쪽 천연가스 생산지역을 야쿠츠크와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다.
 

레나강변을 따라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졌고, 거울 같이 맑은 호수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강찬수 기자



다시 버스를 타고 레나 강을 거슬러 남서쪽으로 100㎞를 더 내려갔다. 
2012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레나 필라(Lena Pillar) 자연국립공원’이 나타났다.

 

레나 강변의 자작나무와 가문비나무 숲. 강찬수 기자

레나 강 주변 초지에서 말이 무리를 이루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도도히 흐르는 레나강. 강찬수 기자



강변에 도착한 취재팀은 모터보트로 갈아탔다.

모래톱에 보트를 접안하기 어려웠고, 안내인은 취재팀은 공사용 수레에 실어 보트에 태웠다.
 

레나 필라 탐사를 위해 모터보트로 옮겨 타는 취재팀. 강찬수 기자

극동 러시아의 절경 '레나 필라'

레나강변의 레나 필라. 강찬수 기자



보트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나가니 강변에는 가을빛이 완연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건너편 강변으로 눈을 돌리니 웅장한 경관에 입이 딱 벌어졌다.
 
높이 200m 안팎의 기기묘묘한 바위기둥이 레나 강 우안(右岸)을 따라 거대한 성벽처럼 줄지어 서 있었다.

바위는 사람 모양도, 손과 발을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모양도 있었다.
 
피라미드를 잘라낸 것처럼 커다란 세모꼴을 한 것도 눈에 들어왔다.
모터보트로 20여 분을 달렸지만, 전체의 일부분인 10여㎞ 정도 보는 데 그쳤다.
 
러시아 안내인은 "바위기둥이 강변을 따라 80㎞ 정도 연이어 펼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레나강의 레나 필라. 강찬수 기자



러시아 안내인의 말대로라면 이곳 바위기둥은 한국 거제도의 해금강이나 부여 백마강 낙화암을 수백 개 이어놓은 규모라는 얘기다.
20여 분을 모터보트로 달린 뒤 레나 필라 중간 지점의 강변에 도착했다.


레나강의 레나 필라. 강찬수 기자



절벽 아래 텐트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 뒤 러시아 국립공원 관리원의 안내를 받으며 레나 필라에 올랐다.
 
절벽 사이로 들어가 뒤쪽 산등성이로 우회해서 바위기둥까지 오르는 2㎞의 등산로는 가팔랐고, 가랑비가 내려 미끄러웠다.
 
200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바위기둥과 레나 강 모래톱의 경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손색이 없었다.
 

40만 년 역사가 빗어낸 보물 

레나 필라 정상에서 내려다 본 레나강의 모습. 강찬수 기자



레나 필라는 고생대 캄브리아기 초·중기에 쌓인 지층이 바탕이 됐다.

바다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면서 석회암·이회암·백운암·점판암 등이 번갈아 쌓인 지층이다.
 
40만 년 전 지각 활동으로 이 지층이 놓인 시베리아 판이 200m가량 솟구쳐 올랐고, 이후 침식이 일어나면서 지금 같은 모습을 띠게 됐다.
특히 여름에는 몹시 덥고, 겨울에는 추위가 극심한 이곳 기후까지 작용하면서 영구동토(permafrost)와 열카르스트(thermokarst) 활동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열(熱)카르스트는 겨울에 얼었던 땅이 여름에 녹으면서 호수가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러시아 안내인은 "레나 필라는 국립공원 지역이라서 탐방객이 머무는 시간도 제한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여름철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며 관람하고, 모터보트에서 내려 필라를 직접 탐방하는 경우는 한 달에 수십 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야쿠츠크로 되돌아오는 길에 탑승한 차량이 고장이 나 운전기사와 러시아 안내인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강찬수 기자

 

극동 러시아의 별 야쿠츠크 

야쿠츠크 시내 모습. 최근 자동차도 늘고 새로운 빌딩도 속속 들어서는 등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한적했던 동토(凍土) 야쿠츠크는 극동 러시아의 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곳에 중국·호주 자본이 몰려오면서 곳곳에 호텔과 고층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동행한 주강현 APOCC원장(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작고 낡은 건물뿐이었는데, 고층 빌딩이 즐비해 상전벽해를 느낀다"고 했다. 
1980년대 말 18만명이던 인구도 30만 명을 넘어섰고, 야쿠츠크 공항도 2011년 새 단장을 했다.

러시아 가스 자원의 27%, 석유의 21%, 석탄의 45%가 극동러시아에 묻혀 있기 때문에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중국은 야쿠츠크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는 4000㎞의 가스관도 건설할 예정이다. 여기에 총 50억달러(6조원)이 투입된다.

야쿠츠크는 지구온난화로 열리게 될 북극 항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야쿠츠크 시내에 있는 멜니코프 동토연구소. 강찬수 기자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 한반도에서 베링 해협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북극 항로가 열린다.  
2040년 이후에는 연중 쇄빙선 없이 운항이 가능해질 것이고, 사하 공화국은 북극항로를 통해 한반도와 연결될 것이다.
2013년 레나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야쿠츠크와 마주하고 있는 니즈니베스탸흐까지는 지난 2013년 철도가 연결됐다.
야쿠츠크 동쪽을 흐르는 레나 강 위에 다리가 건설되면 야쿠츠크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철도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한국도 아무르 강 너머 레나 강까지, 극동 러시아 전체로 북방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대로 얼어버린 야생화

야쿠츠크 시내에 있는 멜니코프 동토연구소. 지하에 설치된 시설은 1년 내내 영하 7도를 유지한다. 강찬수 기자



야쿠츠크 시내에 있는 멜니코프 동토연구소는 영구동토층 속의 생물과 암석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1941년에 세워진 이 연구소 지하 5~12m에는 영구 동토층의 실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터널이 층별로 설치돼 있다.
 
영구동토층에서 채취한 화석과 얼음에 갇힌 물고기·야생화를 전시·연구하기 위해 영하 7도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소 박물관의 로잘라야 이바노바 관장은 “오래된 나무는 썩어 없어지거나 화석이 되는데, 영구동토에 묻힌 나무는 수천 년이 지나도 최근에 묻힌 것과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야쿠츠크 동토연구소에 전시된 얼음 속 식물 표본. 강찬수 기자



지구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에 묻혔던 생물 사체가 녹으면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량 방출돼 지구 온난화를 부추길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바노바 관장은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배출량이 많지 않아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극동 러시아 젖줄을 가다 (상) - 아무르 강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절경 해금강 수백개 이어놨다, 80㎞ 바위기둥에 눈이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