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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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서정주

국화 옆에서 서정주 ​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文學산책 마당 2023.12.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 푸시킨은 20대의 7년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다. 전반부는 남쪽 오데사 부근에서, 후반부는 북쪽 시골 영지에서 지냈는데 북쪽 유배가 끝나갈 무렵 그는 한 편의 짧은 시를 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 기쁨의 날 찾아오리라. / 마음은 미래에 살고 / 현재는 괴로운 법. / 모든 것이 순간이고 모든 것이 지나가리니 /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다우리." 26살의 푸시킨은 이웃 살던 15살짜리 귀족 소녀의 앨범(시화첩)에 이 시를 써주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저씨'가 연하디 연한 삶의 꽃봉오리에 인생 조언을 해준 셈이다. 머지않아 밀어닥칠 거친 비바람은 상상 못한 채 마냥 밝고 행복하기만한 어린 처..

文學산책 마당 202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