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박범신 10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 <10>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 ⑩전설 속의 '예티'를 찾아 ◇히말라야 설산에서 먹는 감자는 꿀맛이다. -->아침 일찍 데보체 마을을 떠납니다. 열여섯 살 소녀 파생 세르파가 동구까지 따라나와 배웅을 합니다.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는 파생 세르파의 눈가에 눈물이 어리는 것도 같습니다. 겨우 하루를 묵었을 뿐인데도 나와 헤어지는 파생 세르파의 자태와 표정은 연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카트만두에서 살다 견디지 못하고 사방이 설산이 둘러쳐진 이 깊은 산골로 쫓겨 들어와 살고 있는 파생 세르파로선 문명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이 곧 그리움 자체일 것입니다. 파생 세르파가 자신의 주소를 적어 내게 건네며 뭐라고 빠르게 말을 합니다. 말 사이사이에 ‘코리아’가 끼어드는 걸 ..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 <4>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④높이 오를수록 비싸다 ◇에베레스트 가는 길목에서 만난 네팔 소녀와 필자.김형은 내게 히말라야 협곡마다 산재해 있는 로지의 방값을 물었습니다. 어디 방값뿐이겠습니까. 밥값도 알고 싶고 포터의 하루 일당도 알고 싶겠지요. 우리는 길을 떠나도 계획경제의 습관을 버릴 수 없습니다. 꼭 가난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길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법의 절반을 이룬다고 설파한 밀레르파의 시대와 달리, 이제 돈이 아니곤 길을 떠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보편적 사실을 우리가 너무도 깊이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베레스트 쿰부 지역은 이렇습니다. 쿰부 지역 쪽으로의 트레킹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카트만두에서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와 내리게 되는 지리(Jiri)에서 시작합니다...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소설 '나마스테' 독자들과히말라야 찾은 박범신

[문학]소설 '나마스테' 독자들과히말라야 찾은 박범신"편한 길로 왔지만 과연 행복한가”주인공의 고향 마르파에 서면 존재의 본원적 쓸쓸함과 사랑 느껴져  ◇히말라야 다울라기리(8167m) 아래 칼리간다크 강가에서 한국에서 독자들과 함께 온 작가 박범신씨가 나귀를 배경으로 잠시 쉬는 중이다.고원을 불어가는 바람 소리가 귓전에서 쉼없이 웅웅거린다. 히말라야 고봉들에서 흘러내린 강물은 자갈 깔린 하상(河床)으로 달려가고, 강물 저쪽에는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 위로 설연(雪煙)이 날린다. 네팔 좀솜에서 마르파로 가는 외길에는 당나귀들의 배설물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그 길 위로 일군의 사람들이 바람을 가르며 묵묵히 걸어간다.  지난 3월에 출간된 장편소설 ‘나마스테’의 무대를 찾아 지난달 28일 작가 박범신(59)..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씨 장편소설 '나마스테'이색출판기념회

박범신씨 장편소설 '나마스테'이색출판기념회"외국인 노동자에 밥 한끼 대접하고파”  ◇소설가 박범신(왼쪽)씨가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나마스테’ 출판기념회에서 네팔 출신 노동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지난 주말(16일) 저녁 9시, 소설가 박범신(60)씨가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 네팔 전문음식점 ‘안나푸르나’에서 자신의 장편소설 ‘나마스테’ 출간을 기념하는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이른바 출판기념회는 으레 가까운 문인들을 불러 조촐하게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그도 아니면 각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떠들썩하게 자축하는 자리가 돼 왔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문학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네팔·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들을 돕는 한국인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 이란주..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조용호의 꽃에게 길을 묻다]⑦히말라야 꽃기린

[조용호의 꽃에게 길을 묻다]⑦히말라야 꽃기린시리도록 붉은 저 생명력따뜻한 희망 한줌 피우다 북받치는 설움 때문에 우는 울음도 있겠지만, 자기 바깥의 세상과 사람과 사물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쉬 감정이 이입되는 맑은 울음도 있다. 울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무장해제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눈치보고 체면을 차리다 보면 울기도 쉽지 않다. 혼자 있는 자리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우는 울음은 더욱 그렇다. 히말라야에 동행했던 여인 하나는 유독 잘 울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늘 명랑한 편이었다. 히말라야에 가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는 생각이다. 하나는 산을 좋아하는 등산가형. 산 좋아하는 이들치고 히말라야 설산을 오르거나, 그도 아니면 그 아래 산길이라도 걷고 싶지 않..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 <13>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⑬왜 산인들은 정상에 오르는가김형.혹시 촐라체(Cholatse)라는 봉우리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해발 6335m에 불과하지만 아주 수려한 산입니다. 타보체봉(Taboche peak·6495)과 형제처럼 나란히 붙어 있지요. 딩보체 마을을 출발해 가파른 경사면을 30여 분쯤 오르면 탁 트인 평평한 고원분지에 이르는데요, 그곳에 올라서면 가슴속으로 확 쓸려 들어오는 두 개의 잘생긴 봉우리가 있는데 바로 타보체 피크와 촐라체입니다.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봅니다.설산의 정수리까지 손바닥처럼 바라보입니다. 얼마 전 김형도 신문기사를 통해 보셨으리라고 짐작됩니다만, 바로 우리의 젊은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이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했다가 하산길에 조난을 당했던 산입니다. 그들..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12>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⑫ 야크에게서 배운다김형. 오르쇼(Orsho)에서 길은 두 갈래가 된다는 말을 내가 했던가요?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언덕을 지나 품부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강을 건너면 페리체(Pheriche·4280m)가 나오고, 직진하여 계속 임자콜라강을 따라가면 딩보체(Dingboche·4360m)에 이르지요. 내려올 때 페리체를 거치기로 하고 우선 강을 따라가는 딩보체 방향을 선택합니다. 지도를 살펴본 바, 로체(Lhotse·8516m)나 피크38봉(Peak38·7591m)이 전방에 있어야 하지만 구름과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굉음이 나서 고개를 돌리니 강 건너편에서 막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경사 급한 산이라서 풍화작용을 받아 이미 내부..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11>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⑪우리가 ''별'' 처럼 ''영원'' 할 수 있을까…북두칠성과 작은곰자리의 북극성과 카시오페이아의 알파별 등이 다투어 내 가슴속으로 뛰어내려옵니다.시간은 정지된 듯합니다.나는 장애자처럼 스톱모션이 된 채 마당 가운데 붙박혀 서 있었습니다. 별에게도 생로병사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수천 수만년 전부터 별이 우주를 밝히고 있으므로, 별을 보면 나는 늘 ‘영원’이라는 낱말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곧 갈망과 염원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별이 무리로 떠 있는 것은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영원, 영원, 영원 …이 떠 있는 셈이지요. 유한한 삶으로부터 영원한 삶으로 나아가려면 스스로 별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일찍이 반 고흐는 썼습니다.“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9>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⑨ 갈망과 염원이 솟아날 때 텡보체에서 30여 분간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쏙 내려앉은 골짜기에 겨우 로지도 두 군데뿐인 작은 마을 데보체(Deboche)에 도착합니다. 벌써 사흘째 거의 먹지 못한 데다가 고소증으로 얻은 설사가 그치질 않아서 더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안내 책자에서 병원 표시를 발견하고 로지 파라다이스에서 일하는 소녀에게 정말 병원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소녀는 카트만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휴학하고 사촌언니를 도우러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말이야 도우러 왔다지만, 가난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밀려나온 것이겠지요. 산에 들어온 이후 루주를 빨갛게 바른 여자를 만나기론 이 소녀가 처음입니다. 도시에서 살다왔으니 이 깊고 적막한 산골 생활이..

文學산책 마당 2005.09.11

[스크랩]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8>

[박범신의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편지]⑧ 히말라야는 묵음의 언어이다 지금 난 '망각의 강' 레테를 건너고 있습니다 나마스테.합장한 내 두 손이 보이는지요?트레킹 여행에서 필요한 네팔 말은 이것뿐입니다. 안녕하세요, 라는 뜻이고,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뜻도 되는 말. 건강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 라는 뜻도 되는 말. 타인과 소통을 위한 최초의 악수 같은 말이면서, 기약조차 없이 헤어질 때 아스라이 흔들어주는 결별의 손짓 같은 말, 나마스테.나마스테, 김형.트레킹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나그네들은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청명한 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옆 사람이 깜짝 놀랄 만큼 쩌렁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산이 나마스테, 라는 말의 울림을 부드럽게 받아주니 명도 높은 투명한 목소..

文學산책 마당 200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