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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체 게바라의 혼을 깨운 여행

鶴山 徐 仁 2005. 9. 30. 12:18
[영화] 체 게바라의 혼을 깨운 여행
[경향신문 2004-11-11 16:12]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감독 월터 살레스|출연 가엘 베르날·로드리고 세르나

“매순간 숨쉬기 위해 싸워야 하니까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에 따르면 체 게바라(1928~1967)는 천식 환자였다. 게바라는 질식당하지 않기 위해 숨을 쉬었을 뿐이다. ‘매순간’ 숨쉬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제목이 명시하듯 ‘기침하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다. 의대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23살 중산층 청년의 남미 대륙 종단기다. 월터 살레스 감독은 도입부 내레이션과 마지막 장면을 통해 꿈과 열정을 공유한 두 영혼의 동반자를 다룬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객 눈동자는 끊임없이 잔잔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알베르토(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보다는 반세계화의 문화 아이콘인 체 게바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를 뒤따라가게 된다.

그가 타고 떠난 오토바이는 트랙터처럼 요란하고 종합병원처럼 고장을 일으킨다. 영화 속에서조차 돈키호테의 애마 로시난테에 비유되는 애물단지다. 그것을 타고 돈키호테가 최후의 중세인이자 최초의 근대인이 되었다면 체 게바라는 근대를 초극하는 내적 혁명의 성자(聖者)가 됐다.

예컨대 체 게바라는 남미 최대 나환자촌에 갔을 때 나병이 피부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라며 맨 손과 맨 얼굴로 환자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24살 생일 파티 후 나환자촌과 의료진의 거주지역으로 갈라진 섬 사이의 강을 건넌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아무도 건넌 적이 없는 강을 건넌다.” 천식 환자가 찬 강물을 건넜으니 신열 속에서 호흡곤란을 겪는다. 육체의 소진을 통한 영혼의 재생을 보여주는 종교적 통과제의 같다.

영화는 ‘다이어리=일기=내밀한 고백’이기도 하다. 혼의 순례가 한 인간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 그 속살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의 영혼이 순결할수록 속살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체 게바라는 여행에서 사람과 풍광을 만날 때마다 숨쉬기가 버거워진다. 정치적 이념 탓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광산, 유럽에 의해 폐허가 된 마추피추…. 체 게바라가 직접 일기에 썼던 볼리비아 노동자 봉기, 북미에 의한 남미 침탈, 북미 체험담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


제작자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체 게바라의 일기를 검열했다는 의구심이 들 법하다. 하지만 ‘여행=인간 영혼의 가장 먼 곳으로 떠나기’라는 극중 체 게바라의 독백을 염두에 두면 반미·혁명 등 거대담론은 사소한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는 “완전한 혁명에 도달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길은 끊임없이 내부의 혁명에 충실하는 것”이라는 체 게바라의 사상을 충실히 따를 뿐인 것이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체 게바라는 ‘이 세기(20세기)의 가장 성숙한 인간’이었다. 메스 대신 총을 들어 쿠바혁명을 성공시켰고 모든 미래가 보장됐지만 그는 콩고·볼리비아의 혁명전선에 나섰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숨이나 쉬면서 살고 계십니까.’ 1980년대 한국은 무수한 청춘을 질식시켰고 많은 청년들은 숨쉬기 위해 체 게바라와 같은 삶을 꿈꾸었다. 다만 한국청년과 체 게바라의 20대 시절이 2% 달랐는데 그게 혼의 순례였고 전쟁 중에도 괴테를 읽는 여유였다. 우리는 적들과 싸우면서 적들을 닮아갔으나 체는 끊임없이 기침하면서 마음까지 비워냈다. 15세 이상 볼 수 있다. 개봉 12일

〈김중식기자 3Duyou@kyunghyang.com">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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