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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간첩’ 못 잡는 현행법 시급히 개정해야

鶴山 徐 仁 2024. 3. 5. 11:37

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 간첩’ 못 잡는 현행법 시급히 개정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4.03.05. 03:22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국가 기밀을 유출하는 간첩죄의 범위가 적국(북한)에 대한 유출로 한정돼 있다”며 형법상 간첩죄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행법상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와 단체가 우리 국가 기밀을 염탐하고 전달하는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다수 국가는 적국, 우방국 가리지 않고 자국의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는 행위를 간첩죄로 엄히 다스린다. 미 해군 정보국에서 근무하던 재미 교포 로버트 김은 주미 한국 대사관에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등에 관한 대북 정보를 알려줬다가 간첩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한국계 핵 전문가인 스티븐 김도 2010년 언론에 북한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한 정보를 흘렸다는 이유로 간첩죄를 적용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중국 비밀 경찰서의 국내 거점 의혹을 받아 온 서울 중식당 운영자를 기소하면서 간첩죄가 아닌 식품위생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그 식당이 실제 중국 비밀 경찰서인지 등을 수사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었다. 반면 중국은 간첩 행위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反)간첩법을 작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2015~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 판결을 받은 114명 가운데 12명에게만 징역형이 선고됐다. 반도체 등 주요 국가 기밀을 중국에 넘긴 사람이 많다. 미국이나 대만에선 이런 사람들을 ‘경제 간첩’으로 간주해 중형을 선고한다. 우리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군사기밀보호법이나 산업기술보호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도 외국인 등에 대한 간첩죄를 신설하는 것은 법 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개정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민주당도 미온적이다. 하지만 수사 당국이 부득이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적용하는 것은 간첩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솜방망이 처벌이다. 첨단 산업 기술 유출이 국익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시대다. 우리도 간첩죄를 다른 나라들처럼 바꿔 적국, 우방국 가리지 않고 기밀 유출을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