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첨단 원자력 포기하고 나무 때서 전기 만들겠다는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21.05.22 03:26
19일 충북 진천군의 한 목재 펠릿 공장에 벌채지 등에서 실어온 나무 원목과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신현종 기자
목재 땔감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 설비 용량이 현 정부 들어 급증해 올해 말이면 2016년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바이오매스 발전량 자체도 2016년 382만MWh에서 2019년 706만MWh로 1.8배로 늘어났다. 정부가 발전사들에 신재생 발전 비율을 늘리도록 강제하면서 바이오매스 발전을 ‘신재생' 전기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사들은 부지 부족 등으로 늘리기 쉽지 않은 태양광·풍력 대신 목재 연료 수입으로 단기간에 ‘신재생’ 발전 실적을 높이려 하고 있다.
목재 땔감의 경우 95%를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입해온다. 그 나라들은 목재 수출로 돈을 벌기 위해 멀쩡한 숲을 베어내기만 할 뿐 새로 조림한다는 보장이 없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바이오 디젤이 각광받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에서 야자나무 기름을 만든다고 열대우림을 대대적으로 파괴한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가 2018년 바이오매스 발전에 주는 지원금 혜택을 줄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엔 산림청이 국내 노령림 벌목을 두 배로 늘려 바이오매스 연료를 대폭 늘리겠다고 나섰다. 벌채된 나무 숲이 다시 복구되기까지는 40~50년 걸린다. 기후변화 대응은 당장 10년, 20년이 급한 상황인데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기후 붕괴를 더 가속화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벌채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데 따른 대기오염 악화도 심각할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들은 정부가 치밀한 고려 없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태양광에 보조금을 주면서 우대하자 전국 숲이 파괴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얻을 수 있다는 2050년 기준 온실가스 520만톤 절감 효과는 탈원전으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가동할 경우 감축되는 절감 효과의 3분의 1~4분의 1밖에 안 된다. 최첨단 원자력 에너지는 포기하고 산업화 이전 목재 땔감 에너지 시절로 되돌아가겠다고 하니 한국 에너지 정책은 과학기술 발전 방향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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