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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朝鮮칼럼 The Column] 을사늑약보다 더한 치욕 당할 수 있다

鶴山 徐 仁 2020. 8. 10. 10:12

 

조선일보


입력 2020.08.10 03:20 | 수정 2020.08.10 05:45

 

美·中 갈등, 막장 대결 격화… 中, 한·미 동맹 와해 속셈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외교안보수석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대국(大國) 자존심을 건 막장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선(戰線)도 남중국해, 무역, 첨단기술 분야에서 홍콩, 대만, 신장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중국의 급소를 겨냥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두 기관차가 마주 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패권 세력의 교대가 전쟁을 수반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기우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의 창궐이 미국 내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붓고 트럼프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중국 때리기에 과잉 의존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대선이 끝난다고 미·중 대결이 해소될 가망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결의 근본 원인이 천하 패권을 둘러싼 사활적 이해관계의 대립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백악관이 2017년 12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방향과 틀을 설정하고 금년 5월 20일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접근법'에 이르러 구체화되고 체계화됐다.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경제뿐 아니라 근본 가치에도 위협이 되는 도전자라는 데 미국 내에 초당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어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해도 대중국 전략이 달라질 여지는 별로 없다.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전선이 확대될수록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을 사안이 많아진다. 중국으로서는 한·미 관계를 이간하고 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 최우선 전략 목표다. 중국과 안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주변국 가운데 중국의 회유와 협박이 통할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중국의 위성국으로 편입되면 대중 봉쇄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한국이 지정학적 요충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력에서도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체급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미·중 대결 시대에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으로 생존과 번영의 공간을 확보해 나갈 것인가?

첫째,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편에 서야 한다. 자명한 진리이지만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편이 어디인지 헷갈리는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을수록 안보 분야에서 중국이 적대적으로 여길 정책을 선택할 문턱도 높아진다. 보통 국민 눈높이에서는 미래의 더 큰 안보적 이익은 추상적인 반면, 눈앞의 작은 경제적 실익은 손에 잡히고 피부에 와 닿는다. 그래서 사안의 경중을 가리는 균형 감각은 정부 몫이다. 사드 '3불(不) 합의'는 균형 감각의 상실이 초래한 대형 참사다.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보복에 지레 겁부터 먹고 국가의 생존과 5000만 국민의 안전이 걸린 안보 주권을 중국에 양도한 것이다. 든든한 동맹을 두고도 중국의 겁박에 저항 한번 못 해보고 무너진다면 우리 편이 어딘지를 판단할 능력에 치명적 고장이 난 것이다. 그런 나약한 자세로는 을사늑약이나 '3불 합의'보다 더한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의 패권적 횡포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줄 최후의 보험은 한·미 동맹이다. 보험 혜택을 확실히 누리려면 아깝더라도 보험료를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을 잘 지키는 것이 우리 편에 서는 것이다.

둘째는 대한민국이 추구할 가치를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 그리고 시장경제에 반하고 전체주의적 일당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나라와는 돈벌이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종은 하고 이웃으로서 예의는 지키지만, 마음을 줄 수는 없다. 중국몽이 한국에는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이나, 신장(新疆)에서 일상사가 되고 있는 위구르족 탄압을 규탄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라는 말은 아니다. 억압받는 북한 주민을 외면하고 동족을 억압하는 김정은 정권의 편에 선 정부가 남의 나라 인권 문제에 나설 처지는 못 된다.

끝으로,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과 원칙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남중국해 도서 점령과 영유권 주장에 대하여는 중국이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구성된 상설중재재판소(PC A)가 2016년 7월 12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우리가 국제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중국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국제법을 떠나 수입 에너지의 80% 이상이 통과하는 남중국해의 항해 자유 보장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다. 국익과 국제 규범에서 우리 편이 어딘지 분명한 이런 사안에서조차 애매모호한 기회주의적 태도로 계속 얼버무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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