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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몰락하면 중국 경제도 무너진다" [송재윤의 슬픈 중국]

鶴山 徐 仁 2020. 5. 30. 18:43

"홍콩이 몰락하면 중국 경제도 무너진다" [송재윤의 슬픈 중국]


 

입력 2020.05.30 09:00 | 수정 2020.05.30 13:38


송재윤의 슬픈 중국: 문화혁명 이야기 <7회>

◇나라를 배반하고 홍콩을 어지럽힌 4인방?

지난 해 홍콩의 시위가 격화되자 중국의 관영 매체는 일제히 "홍콩의 4인방"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규모 시위의 배후에 대중을 선동하고 폭력시위를 교사하는 네 명의 반역자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인민일보를 위시한 중국의 언론들은 그 네 명을 꼭 집어 나라를 배반하고 홍콩을 어지럽힌 "반국란항(叛國亂港) 4인방"이라 명명했다. 난데없이 왜 4인방이 홍콩에 나타났나?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이 사망하자 그의 후계자 화궈펑(華國鋒, 1921-2008)은 한 달이 채 못돼 "4인방"을 체포한다. 그들은 국정을 농단하고 대중을 선동해 "10년 대재앙"을 초래한 네 명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당시 중공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4인방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 혐의가 있다.

지난 해 중공정부는 홍콩의 시위대를 "선동하고 오도한" 4인방이 필요했던 듯하다. "문혁의 4인방"은 마오의 부인 장칭과 세 남자이다. 마찬가지로 "홍콩의 4인방"도 한 명의 여인과 세 남자이다. 홍콩 정무사(政務司) 사장(司長) 안슨 찬 (Anson Chan, 陳方安生, 1940- ), 홍콩 민주화의 거두 마틴 리(李柱銘, 1938- ), 홍콩 민주당의 지도자 변호사 알버트 호(Albert Ho, 1951- ), 독립 출판업자 지미 라이(Jimmy Lai, 黎智英, 1960- )이다. 성비(性比)와 연령차가 문혁의 4인방과 엇비슷하다. 장칭이 안슨 찬, 장춘차오(1917-2005)가 마틴 리, 알버트 호가 야오원위안(姚文元, 1931-2005), 지미 라이가 왕홍위안(王洪文, 1935-1992)을 연상시킨다.


"문혁의 4인방"과 "홍콩의 4인방"

 



"문혁의 4인방"과 달리 "홍콩의 4인방"은 명망 높은 민주화운동가들이다. 그들은 정부매체로 대중을 선동하지 않았고, 같은 조직에 속하지도 않았다. 그 점에서 "홍콩의 4인방"은 정치적 마타도어일 뿐이다. 중국의 관영매체는 "홍콩의 4인방"을 비판함으로써 홍콩시민들을 기껏 선동당한 홍위병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였다. 마오야 홍위병의 반란을 고무·격려했지만, 민중의 광장정치를 극구 꺼리는 문혁 이후의 중공정부는 홍위병을 미화할 수 없다.

지난 해 중국의 언론들은 짠 듯이 홍콩의 4인방을 향해 폭언을 퍼부어 댔다. 미국 위해 투쟁하는 매국노, 국가안전 위협하고 홍콩 혼란 초래하는 반국(叛國)집단, 분열세력, 매판(買辦), 주구(走狗) 등등…. 원색적인 인신공격은 "말의 전쟁"에 머물지 않았다. 중공정부는 4인방에 대한 법적 조치를 서둘렀다. 4인방은 반역죄를 비롯한 14개 정치범죄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급기야 2020년 4월 17-18일 4인방 중 3명을 포함한 15명의 홍콩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구속되었다. 82세의 마틴 리는 1980년 홍콩기본법을 입안하고, 1990년 홍콩 민주동맹을 창건한 "홍콩 민주화의 아버지"이다. 40년 걸친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그는 한 번도 구속되지 않았다. 준법투쟁과 평화시위를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구속되던 날 그는 말했다.

"그동안 젊고 총명한 수많은 청년들의 구속과 처벌을 봐왔는데 드디어 내가 피고인 명부에 속했다니 마음이 편안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추구할 뿐이다."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하리라 “천멸중공(天滅中共)” 구호

2020년 5월 24일 홍콩의 거리에는 수천 명 시민들이 다시 몰려나왔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관련 국가안전보장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질세라 홍콩의 시위대는 "천멸중공(天滅中共)"의 구호를 들고 나왔다. 문자 그대로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하리라! (Heaven will destroy the CCP)"라는 의미이다.

유가경전 ‘상서(尙書)’에 따르면,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는 정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백성이 도탄에 빠지면, 하늘은 정권을 교체한다. 민생을 책임질 새로운 통치자가 나와 천명(天命)을 부여받는다. 새롭게 들어선 정권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통치에 실패하면 곧 천명을 잃기 때문이다.

인구 7백 만의 홍콩이 14억 대륙국가의 중앙정부와 대적할 순 없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일국양제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강경한 구호를 들고 나왔다. 퇴로를 차단한 채 사즉생(死卽生)의 싸움에 나선 셈이다. "천멸중공"을 외치는 홍콩의 시위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20년 5월 24일 홍콩 아일랜드에서 반(反)악법 투쟁에 나선 시민들.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천멸중공(天滅中共)"의 구호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 구호는 작년 가을부터 등장했는데, 올해는 홍콩 시민을 규합하는 공동의 정치 슬로건이 되었다 . http://www.iask.ca/news/world/2020/05/564688.html

 



◇홍콩을 위기에 빠뜨려 중국에 타격을 주는 ‘람차오 전술’

현재 홍콩에 살면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역사학도 세바스찬(Sebastian, 가명)에 의하면, 홍콩의 시위대는 현재 치밀한 계산 하에 "람차오(攬炒)"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광둥어로 람차오는 옥이나 돌이나 다 함께 탄다는 의미의 "옥석구분(玉石俱焚)"을 의미한다. 이들은 실제로 중국공산당의 붕괴를 위해 투쟁하는 젊은 혁명가들이다.

"람차오 전술의 핵심은 홍콩경제를 위기에 빠뜨려 중국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것입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경제는 슬럼프를 겪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람차오 전술이 기적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 전통의 여러 왕조처럼 중공정부의 정당성은 바로 능력주의(meritocracy)라 할 수 있습니다. 인민을 배불리 먹여 살리지 못하면, 중공정부는 천명을 상실하고 말겠죠. 우리는 중공의 종말을 보려 합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공정부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내세워 인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 지난 해 홍콩의 시위가 격화되자 베이징은 이제 노골적으로 일국양제의 기본전제를 허무는 국가안보법의 제정을 추진했다. 중공정부가 홍콩의 자치권을 허물어버리면, 국제금융의 허브로서 홍콩이 갖는 매력은 소멸되게 된다.

현재 홍콩의 경제규모는 대륙 전체의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대외무역 통로로서 홍콩이 갖는 중요성은 여전하다. 중국의 부패한 권력자들이 돈세탁의 창구로 홍콩을 이용해 왔음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홍콩의 몰락은 곧 중국경제의 몰락이며, 그 중국의 권력자들이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바스찬의 말대로 바로 지금이 중국의 민주화를 이루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홍콩의 시위대는 극한의 람차오 전술로 중공정부와 긴장을 이어가려 한다. 골리앗의 머리에 돌팔매를 하고 재빨리 달아나는 다윗을 연상시킨다.


◇홍콩은 ‘자유의 오아시스’…중국, 국제적 고립 자초

물론 과격한 람차오 전술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도 많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홍콩의 시위대는 최대한 많은 시민을 포섭하는 다양한 전술의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다. 2014년 우산혁명 때 투쟁의 전술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분파들 사이의 싸움이 운동의 동력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이·비(화평, 이성, 비폭력)의 평화적 방법과 무장투쟁을 마다 않는 용무(勇武) 전술이 혼용되고 있다. 시위대는 "형제들이 함께 산을 오르지만 각자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갈라서지 말고, 싸우지 말고, 밀고하지 말자!"를 외치고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협조를 이끌기 위한 국제전선의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 결과 2019년 11월 미국의 의회에서는 상·하원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통과됐다. 요컨대 홍콩의 시민들은 특별한 지도부도 없이 다양한 전술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중공정부와의 싸움에 나섰다. 그들의 투쟁이 자못 무모해 보이지만, 중공정부는 현재 스스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중공 외교부는 국가안보법은 국가분열과 체제전복을 꾀하는 극소수의 과격분자들과 외국의 간섭을 막기 위한 국가주권의 행사라 주장한다. 홍콩 자치의 종말일까. 홍콩인들의 등 뒤에는 미국의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있다. 마틴 리의 표현대로 중국에서 홍콩은 "자유의 오아시스"이다. 4인방이 구속된 그 오아시스에 문혁의 회오리가 일고 있지만, 오아시스가 진정 말라버릴 수 있겠는가? 이번 여름 우리에게 홍콩의 마파람은 또 무슨 소식을 전해줄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계속>


2020년 5월 24일 홍콩 시위 현장에 나온 어린이들. 가방 문구는 왼쪽부터 "도와줘요! 나의 자유는 어디 있나요?" "옥처럼 부서질지언정 안 깨진 기왓장이 되진 않으리!(장렬하게 옥쇄할지언정 비굴하게 살지 않으리!)." Studio Incendo

 



※필자 송재윤(51)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국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건국 전후부터 1960년대까지 근대사를 서술한 ‘슬픈 중국: 인민민 주독재 1948-1964’(까치)를 최근 출간했다. 중국 근현대사 저작을 3부작으로 구상 중이며 이번에 연재하는 ‘문화혁명 이야기’는 2권에 해당한다. 송 교수는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공산당 일당독재로 유지되고 있는 중국은 한마디로 ‘슬픈 중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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