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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누가 이들을 '취업자'라 하는가

鶴山 徐 仁 2020. 1. 31. 07:12

[기자의 시각] 누가 이들을 '취업자'라 하는가

조선일보

입력 2020.01.31 03:14

윤주헌 경제부 기자
윤주헌 경제부 기자
경기도 평촌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나만 못 느끼는 건지 헷갈린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지난해 고용 상황이 매우 좋았다고 발표했는데 자신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 얘기를 했다. 4년제 대학을 갓 졸업했는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시급 9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딸이 취업 공부를 하면서 1주일에 15시간 일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주변을 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많은 취업자는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이달 중순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고용 동향' 관련 보도자료는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연간 취업자 수가 2018년에 비해 30만1000명이 늘었으니 정부로서는 자랑하고 싶었을 거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2018년에 비해 인구가 8만8000명 감소했음에도, 취업자는 4만1000명 증가했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청년층 고용률이 43.5%로 2006년 이래 최고치라는 설명도 있었다. 지난해 수출이 최악을 기록하는 등 기업 성적표가 초라하고 민간 소비 심리도 위축되는 등 전형적인 경기 불황에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을 뒤져봤더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청년층 실업률이 2018년에 비해 지난해 0.6%포인트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년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실업률은 22.9%로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일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당 36시간 미만 일을 하는 청년들 중 "더 일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만2000명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앞서 얘기한 A씨의 딸도 여기에 속한다. 부실한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예견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초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년 취업자 증가의 속살은 이렇게 씁쓸하다. 사회를 향해 첫발을 제대로 떼 지도 못한 청년들에게 이번 설 명절은 춥기만 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릴 만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허망한 숫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꿈이 없다고 멍하게 살면 안 된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느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개선됐다"(정부 보도자료)느니 하는 말은 가뜩이나 서러운 청년들 마음에 상처만 남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30/20200130042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