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촌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나만 못 느끼는 건지 헷갈린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지난해 고용 상황이 매우 좋았다고 발표했는데 자신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 얘기를 했다. 4년제 대학을 갓 졸업했는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시급 9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딸이 취업 공부를 하면서 1주일에 15시간 일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주변을 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많은 취업자는 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이달 중순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고용 동향' 관련 보도자료는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연간 취업자 수가 2018년에 비해 30만1000명이 늘었으니 정부로서는 자랑하고 싶었을 거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2018년에 비해 인구가 8만8000명 감소했음에도, 취업자는 4만1000명 증가했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청년층 고용률이 43.5%로 2006년 이래 최고치라는 설명도 있었다. 지난해 수출이 최악을 기록하는 등 기업 성적표가 초라하고 민간 소비 심리도 위축되는 등 전형적인 경기 불황에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을 뒤져봤더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청년층 실업률이 2018년에 비해 지난해 0.6%포인트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년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실업률은 22.9%로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일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당 36시간 미만 일을 하는 청년들 중 "더 일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만2000명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앞서 얘기한 A씨의 딸도 여기에 속한다. 부실한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예견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초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년 취업자 증가의 속살은 이렇게 씁쓸하다. 사회를 향해 첫발을 제대로 떼 지도 못한 청년들에게 이번 설 명절은 춥기만 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릴 만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허망한 숫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꿈이 없다고 멍하게 살면 안 된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느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개선됐다"(정부 보도자료)느니 하는 말은 가뜩이나 서러운 청년들 마음에 상처만 남긴다.
이달 중순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고용 동향' 관련 보도자료는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연간 취업자 수가 2018년에 비해 30만1000명이 늘었으니 정부로서는 자랑하고 싶었을 거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2018년에 비해 인구가 8만8000명 감소했음에도, 취업자는 4만1000명 증가했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청년층 고용률이 43.5%로 2006년 이래 최고치라는 설명도 있었다. 지난해 수출이 최악을 기록하는 등 기업 성적표가 초라하고 민간 소비 심리도 위축되는 등 전형적인 경기 불황에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을 뒤져봤더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청년층 실업률이 2018년에 비해 지난해 0.6%포인트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년들이 몸으로 체감하는 실업률은 22.9%로 2015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일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한 것이 아니다"라고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당 36시간 미만 일을 하는 청년들 중 "더 일하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만2000명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앞서 얘기한 A씨의 딸도 여기에 속한다. 부실한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예견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 명예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초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년 취업자 증가의 속살은 이렇게 씁쓸하다. 사회를 향해 첫발을 제대로 떼 지도 못한 청년들에게 이번 설 명절은 춥기만 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늘릴 만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허망한 숫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꿈이 없다고 멍하게 살면 안 된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느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개선됐다"(정부 보도자료)느니 하는 말은 가뜩이나 서러운 청년들 마음에 상처만 남긴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