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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老年 출판 대박 드라마

鶴山 徐 仁 2011. 1. 12. 16:04
사설·칼럼
조선데스크

[조선데스크] 老年 출판 대박 드라마

입력 : 2011.01.11 23:19

김태훈 문화부 차장대우

올해 77세인 미국 소설가 코맥 매카시(McCarthy)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유명 작가이지만 젊은 시절에는 월 40달러짜리 싸구려 여인숙에서도 쫓겨났을 만큼 가난했다.

지독한 가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절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카시는 2년 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치약 살 돈이 없어 이도 닦지 못할 때 '뭐 없나?' 하고 우편함을 열어보면 판촉용 치약이 들어 있곤 했다"는 재치있는 농담으로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2007년도 퓰리처상 수상작인 장편 '로드(Road)'는 매카시가 환갑 넘어 얻은 늦둥이 아들을 위해 73세에 발표한 작품이다. 소설에는 인간사냥꾼에 쫓기는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한다. 매카시 주변에서는 "황폐하고 동정 없는 세상에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죄책감 때문에 쓴 것"이라고 수군댔지만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본 것은 희망이었다. 작가의 분신임이 분명한 소설 속 아버지는 죽어가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 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독자들은 절망을 이겨낸 노(老)작가가 어린 아들에게 전한 말에 감동했고 소설은 180만부나 팔려나갔다.

매카시의 소설 이면사를 떠올린 것은 연초(年初) 세계 곳곳에서 믿기 힘든 출판 대박 드라마를 90대 노인들이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오는 6월 만 100세가 되는 시바타(柴田) 도요 할머니의 시집 '약해지지 마'가 이번 주 100만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93세의 전직 외교관 스테판 에셀(Hessel)이 발표한 '분노하라'라는 30쪽 분량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바타 할머니의 시엔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없다. 그냥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이다. 시의 내용도 전부 보통사람들의 생활 감정이다. 그런데 그 시들을 읽으면 마음이 놓인다. 일본에선 할머니의 시를 읽고 자살하려던 생각을 버렸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연륜이란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10월 출간된 에셀의 '분노하라'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이 60만부나 팔린 이유 역시 작가의 실제 삶이 갖는 무게에서 찾는다. 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교수형을 당할 뻔했고, 전후(戰後)에는 외교관으로 국가에 공헌했던 작가의 삶이 매일 일상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은 '젊음·늙음·밤'이라는 글에서 '젊음은 듬직하고 강건하고 사랑을 담고, 또한 우아하고 힘차고 매혹이 있다. 그런데 노년도 거기에 못지않은 우아함과 힘과 매력을 지닌 채 찾아온다는 것 또한 아는가?'라고 했다. '100세 시대'에 노년(老年)의 의미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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