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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독감과 돼지독감

鶴山 徐 仁 2009. 4. 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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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독감과 돼지독감

 


1997년 8월 알래스카 에스키모 마을 브레비그의 공동묘지에서 72세 병리학자 훌틴이 곡괭이로

무덤을 파고 있었다. 바위처럼 딱딱하게 언 땅은 뜨거운 증기바람으로 녹였다.

2m쯤 파자 여인의 시신이 썩지 않은 채 드러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시신에서 허파를 꺼냈다.

허파조직에 있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거기 묻힌 이들은 1918년 스페인 독감 희생자들이었다.

▶ 훌틴이 처음 이곳을 찾은 것은 대학원생이던 1951년이었다.

스페인 독감의 원인과 확산경로, 대처방법을 찾으려면 독감 바이러스를 찾아내야 했다.

그는 그때도 시신의 허파조직을 떼냈지만 바이러스 배양에 실패했다.

훌틴은 46년 뒤 다시 채취한 허파조직을 미군 병리학연구소로 보냈고

2005년 바이러스 유전자가 해독됐다. 노(老)학자의 집념으로 밝혀진 스페인 독감의 정체는

사람끼리 전염되는 조류 인플루엔자(AI)였다.

▶ 역사에 '스페인 독감'으로 기록된 AI는 1918년 발병 원인도 모른 채 번져갔다.

스페인에선 800만명이 감염됐고 50만명 이상이 숨진 미국에선

공공장소에서 재채기나 기침을 금했다. 일본도 48만명이 숨졌다.

독감은 2년간 세계적으로 4000만명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각국마다 발병 사실을 숨기고 늑장 대응한 결과였다.

 

 

▶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SI)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H1N1)의 변종이어서

스페인 독감 같은 대재앙을 부를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SI라는 이름이 나온 것도 스페인 독감이 기승을 부리던 1918년이었다.

미국 중서부에서 돼지들이 콧물과 열이 나면서 하룻밤 새 수천마리씩 죽었다.

돼지 증상이 사람의 독감 증상과 같다며 축산업청 조사관이 붙인 이름이 SI다.

▶ SI가 문제된 것은 1976년 미국 뉴저지 군기지에서 4명이 감염돼 한명이 숨지면서였다.

사람끼리 전염된 것이다. 포드 정부는 노약자 등 4000만명에게 백신을 맞혔지만 환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아 '정치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SI가 33년 만에 멕시코에서 2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마로 돌아왔다.

독감은 박멸되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유전자가 변이하면서 새 이름을 달고 등장한다.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3년 조류독감이 그렇다.

그래도 독감이 인간을 무릎 꿇리지 못하는 것은 도처에 훌틴처럼 사명감 넘치는 사람들이

독감과 맞서 싸우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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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동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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