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낭송詩 모음집

소나기같이, 이제는 가랑비같이[낭송시]

鶴山 徐 仁 2009. 3. 23. 15:58



소나기같이, 이제는 가랑비같이 
                                       글  /  서정윤
                                     낭송 /  박희자
소나기같이 내리는 사랑에 빠져 
온몸을 불길에 던졌다. 
꿈과 이상조차 화염 회오리에 녹아 없어지고 
나의 생명은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불꽃이 되어 이글거렸다. 
오래지 않아 불꽃은 사그라지고 
회색빛 흔적만이 바람에 날리는 
그런 차가운 자신이 되어 있었다. 
돌아보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순간의 눈빛이 빛나는 것만으로 
사랑의 짧은 행복에 빠져들며 
수많은 내일의 고통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폭풍 지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자리 
나의 황폐함에 놀란다. 
이미 차가워진 자신의 내부에서 
조그마한 온기라도 찾는다. 
겨우 이어진 목숨의 따스함이 고맙다. 
이제는 그 불길을 맞을 자신이 없다. 
소나기보다는 가랑비 같은 사랑. 
언제인지도 모르게 흠뻑 젖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반갑다.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잔잔함을 지닌 채 
다가오는 가랑비 
한없이 가슴을 파고드는 그대의 
여린 날갯짓이 눈부시다. 
은은한 그 사랑에 젖어 있는 미소가 
가랑비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