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슬픔에는 슬픔의 그늘 - 김옥영

鶴山 徐 仁 2007. 7. 18. 22:50


슬픔에는 슬픔의 그늘 - 김옥영



자기 자신을 껴안는 법을 배워야지.
세상은 발붙일 데 없어.
8월 염천 불같이 달아오른 슬레이트 지붕,
한 발자국만 미끄러져도 살이 데고
호박넝쿨은 추녀 끝에서 여직 멈칫거리지.
멈칫거릴 시간은 없어. 여름은 곧 가고
-허공중에선 누구나 붙잡을 데 더듬는
덩굴손이 되는데,
필요한 것은 시간과 사랑.
태양이 그의 회로를 달구기 전에
태양보다 빨리 잎 피우는 일,
제 그늘 속에 저의 발을 담그는 일.

살아 있는 것들에선, 끊임없이 수분이 증발하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
불볕 드실대는 한낮과
길고 오랜 비 몰아치는 밤을 위하여 집 짓는 사람들.
등뒤에서 느닷없이 무릎 꺾여 꿇어앉기 전에
지붕 위에서건 어디서건 다시 튼튼한 지붕 올리고
땀에 젖은 꿈 하나 고이 들이는 그늘.

슬픔이 슬픔의 튼튼한 잎새 하나 펴올려서
슬픔에는 슬픔의 그늘 주는 일
고통에는 고통의 그늘 주는 일

자기 자신을 껴안는 법을 배워야지.
8월 염천 불같이 달아오른 슬레이트 지붕 위로
기적처럼 무성한 호박넝쿨,
꽃 필 것 다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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