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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이젠 포스트 BRICs] (11) 태국(상)

鶴山 徐 仁 2007. 5. 17. 21:13

|방콕(태국) 정은주특파원|태국 방콕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수완나품 국제 신공항은 지난해 9월28일, 아시아 허브 공항을 꿈꾸며 문을 열었다. 터미널 내부 면적은 56만㎡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관제탑은 132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도착한 공항은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고압선이 뒤엉킨 천장은 머리에 닿을 듯 낮고, 회색 콘크리트 벽에는 크고 작은 금이 가득했다. 면세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터미널 복도는 너무 좁아서 오가는 사람과 부딪치기 일쑤였다. 연간 처리 승객 수가 4500만명이라는데 화장실에 대변기칸은 3∼4개뿐이다. 어린이 화장실이나 수유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몇 개월 만에 활주로와 유도로에 균열(100여곳)이 생겨 국내선 항공편은 40㎞ 떨어진 돈무앙 공항으로 옮겼다. 태국 국민들은 수완나품 공항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권력남용·부패의 상징”이라고 꼬집었다.

●수출·관광 등 대외부문이 성장 이끌어

인구 6423만명(세계경제 2005년)이 한반도 면적의 2.3배(51만 4000㎢)에 모여 사는 태국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9월19일 18번째 군사 쿠데타가 발생, 손티 분야랏끌린 육군 총사령관이 부정부패와 국왕 모독 혐의로 탁신을 국외로 추방했다.

경제에도 짙은 안개가 드리워졌다.

지난해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5%.1분기는 6.1%로 출발이 좋았지만 5%(2분기),4.7%(3분기),4.2%(4분기)로 계속 떨어졌다. 게다가 연간 성장률도 2003년(6.7%),2004년(6.3%)에 비해 크게 둔화된 상태다. 올해는 3.8∼4.8%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경제사회개발원(NESDB)은 지난해 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2061억달러,1인당 국민소득(GDP 기준)을 3179달러로 추정했다.“국내소비·투자 등 내수가 계속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관광 등 대외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규모 38.3% 감소

시장경제에 반하는 과도정부의 외환규제조치, 외국인 기업법 개정안도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말 수라윳 쭐라논 과도정부가 밧화의 평가절상을 막겠다며 외국자본 규제책을 발표하자 외국자본 230억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증시가 15% 폭락했다. 놀란 정부는 규제책을 두 달 만에 폐지했다.

올 초에는 외국인 기업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태국 주요 기업의 소유 지분이나 주주총회 의결권을 5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제한 업종은 신문 TV 쌀농사 천연자원 부동산 법률 등이다. 개정안은 태국 의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코트라(KOTRA) 주덕기 태국 무역관장은 “탁신 전 총리가 통신회사인 친코퍼레이션 지분 49.6%를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하자 국민들이 자국내 기반시설을 외국에 팔아넘겼다며 분노했다.”며 개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지난해 외국인 투자 규모는 81억 1100만달러로 전년보다 38.3% 감소했다.

●국왕 중심의 삶… 월요일마다 노란 물결

월요일이면 방콕 거리는 노란 물결로 넘실거린다. 아이들도, 직장인들도 노란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와 닮았다. 우리가 축구를 위해 붉은 옷을 입었다면, 그들은 푸미폰 아둔야뎃(80) 국왕을 위해 노란 옷을 선택했다. 지난해 즉위 60주년을 맞은 국왕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국왕을 존경하는 마음을 노란색에 담았다.16년간 태국에서 산 이민 1.5세대 박창수씨는 “국왕이 그려진 지폐를 꾸기지 않도록 교육받을 만큼 태국 국민은 국왕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왕은 태국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에 국왕이 살아 있는 한 정치 불안이나 경제 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오히려 숨고르기가 끝나면 태국이 더 높게, 더 멀리 비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태국투자청(BOI) 사팃 찬자바나쿤 청장은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는 태국의 ‘열린 경제’ 정책은 흔들림이 없다.”면서 “호주·일본에 이어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해 동남아시아 수출·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지난달 일본과 FTA를 공식 체결해 앞으로 10년 동안 태국은 철강, 자동차부품, 전기·전자제품 등의 관세를, 일본은 농수산품 등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특히 태국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5년 이내에 없애 ‘아시아 디트로이트’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갈 방침이다. 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매년 20∼25% 늘어나 180만대(세계 10위)에 육박한다. 수출이 40%를 차지, 수출액이 100억달러에 달한다.10년 전만 해도 자동차를 전혀 수출하지 못했던 이 나라가 호주, 아세안(ASEAN) 회원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자동차 수출국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미국의 관세 25% 벽도 FTA 체결로 무너뜨릴 계획이다.

국가경제사회개발원 타닌 파엠 고문은 “올해는 정치 불안으로 경제가 다소 침체되겠지만, 내년부터는 자동차·정보통신·연구개발 등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jung@seoul.co.kr

■태국사람들 외국기업에 거부감 없어

|방콕(태국) 정은주특파원태국 시장의 매력은 무엇인가. 국가경제사회개발원(NESDB) 타닌 파엠 고문과 태국투자청(BOI) 사팃 찬자바나쿤 청장, 코트라(KOTRA) 주덕기 태국 무역관장의 입을 통해 태국 시장의 특징을 살펴본다.

태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과 국제교역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면적 450만㎢, 인구 5억 3000만명의 거대한 아세안 시장이 태국을 통해 무역개방의 길로 나가는 셈이다.

게다가 이 나라는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미개척 시장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주덕기 무역관장은 “외국 자본 유치에 막 눈을 뜬 주변 국가들이 태국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태국어를 비즈니스 언어로 사용하고, 태국통화인 밧화로 결제한다. 주변 6개국이 참여하는 ‘메콩강 유역 개발계획(GMS)’ 프로젝트에서 태국이 중심축을 맡고 있다.

국가경제사회개발원 타닌 파엠 고문은 “베트남·인도네시아에 비해 태국은 산업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1860년대부터 발을 내디딘 덕택에 선진적인 공항·도로·항만·철도·통신망이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도로 25만㎞ 가운데 국제적인 고속도로가 40%를 웃돌고 방콕과 주변 도시를 잇는 내부순환도로도 225㎞에 달한다. 항구 122곳의 연간 처리실적은 450만TEU(1TEU는 20pt짜리 컨테이너 1개)이다.

방콕의 상습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20㎞)과 지상철(55㎞)도 놓았다. 지반이 약해 지하철 건설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국제학교와 의료시설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태국은 식사할 때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한다. 손으로 음식을 먹던 태국인들이 동·서양에서 필요한 식기류를 하나씩 받아들인 것이다. 태국투자청 사팃 찬자바나쿤 청장은 “포크와 숟가락은 다른 문화를 포용하지만, 독자성을 잃지 않는 우리 문화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1,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독립을 유지한 비결이기도 하다.

다른 것에 관대한 태국인들은 외국인, 외국 기업에 거부감이 없다. 일본이 태국을 동남아 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한 이유다. 최근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독특한 문화 덕분이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데도 상류층은 맘껏 소비하고 서민층은 이를 지탄하지 않는다.

ejung@seoul.co.kr

■크리륵크라이 지라파엣 상업장관 “편법경영 제동일 뿐 투자 배척 아니다”

|방콕(태국) 정은주특파원“외국인 기업법 개정안은 태국의 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다. 외국인 투자를 배척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지난달 24일 태국 수완나품 국제 신공항에서 만난 크리륵크라이 지라파엣 상업장관은 전쟁을 앞둔 장군처럼 결연했다. 과도정부에서 장관으로 승진한 그는 국내외 신망이 두터운 경제통이다.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무역기구(WTO)와 관광부 차관, 상업부 차관을 지내며 명성을 얻었다.

그런 크리륵크라이 장관이 올해 초 외국인 기업법 개정안을 제안해 외국 투자가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핵심은 만연한 불법행위를 바로잡는 것인데 언론이 ‘국수주의’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태국 외국인 기업법은 외국인 참여 영역을 3개 그룹으로 분류한다.1그룹은 치안·환경·무기매매·광고·출판·신문·부동산 거래 등이며 외국인의 지분이 50%를 넘지 못한다.2그룹은 회계사·건축사·법률업 등 16개 전문직종으로 관련 부처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3그룹은 100% 외국인 지분 참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행, 편법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모든 업종에서 이루어졌다. 외국인이 현지인을 고용해 기업을 설립하고 소유지분을 50% 미만으로 보유하는 대신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다. 크리륵크라이 장관이 이 편법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그는 “더 이상의 불법은 허용하지 않는다.(개정안이 시행되면)소유 지분이 50%가 넘는 외국인 투자가는 1년 안에 주식을 매각해야 하고, 의결권이 50%를 넘는 외국인 투자가는 2년 안에 의결권을 그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50% 제한은 국가 안보나 천연자원, 태국 문화와 관련한 기업에만 국한된다.”면서 “이는 국제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태국 의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년간 태국은 다국적 기업과 공존해 왔다. 풍부한 노동력과 관대한 문화, 맛있는 음식이 태국 시장의 장점이다. 이 매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ejung@seoul.co.kr

기사일자 : 2007-05-15    15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