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이재명, 제 발로 내려올 수 없는 '대중 독재' 사다리 오르나
6월 3일 대선에서 누가 당선이 유력하냐는 화제를 꺼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왜 관심이 없겠는가. ‘당선 유력(有力)’과 ‘당선 확실(確實)’ 사이를 오간다는 후보와 그가 만들 나라 모습은 떠올리기 싫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의힘이 과연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이러다간 투표지 2번 후보는 빈칸으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는 듣는다. 안쓰러워하는 게 아니라 자조(自嘲)의 푸념이다. 이준석 후보 득표율엔 흥미가 있는 모양이다.
이번 대선은 예사 선거가 아니다. 5년 10년 후 뒤돌아보면, 아니 1년 2년 겪어보면,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될지 모를 선거다. 세계는 한국 정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트럼프 관세 전쟁이 세계를 덮치는데 경제 사령탑을 탄핵하는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경제는 20년 동안 주력(主力) 산업을 키우지 못했다. 그 사이 잠재성장률은 5%에서 2%로 반 토막 났다. 올해 성장률은 1.5%다. 한국은행 총재는 ‘이게 현재 우리 실력’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에 비해 한국은 제조업이 그래도 살아있는 편이라는 소리가 있다. 반(半)만 사실이다. 반도체·조선·배터리·전기 자동차·석유화학은 중국 기술 추격에 이미 우위를 빼앗겼거나 간신히 버티고 있다. 큰 경제와 작은 경제가 같은 기술 수준에서 경쟁하면 승부는 뒤집어지고, 한번 뒤집어지면 다시는 따라잡지 못한다.
당선이 유력하다는 이재명 후보는 여수 석유화학 단지에 내려가 보라. 중국에 밀려 공장 문을 닫았거나 닫을 예정인 공장 앞에서 “주(週) 4일제 근무”와 “첨단 산업 연구·개발 분야도 주 52시간 근무 제한 예외는 불가(不可)”라는 주장을 펴면서 근로자 얼굴을 살펴보라. 지상낙원에서 살다 온 ‘천국당(天國黨) 후보’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몰락과 쇠퇴의 가속(加速) 페달을 밟았다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나라 곳곳의 병(病)이 깊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이 후보는 후보로 공식 선출된 후 첫 방문지로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골랐다. ‘압도적 초격차(超隔差) 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직한 지도자라면 SK 이천 공장이 아니라 안성시장과 안성시의회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들에게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발전소 건설 반대를 철회하도록 설득했어야 한다. SK는 인공지능 필수 부품인 HBM 반도체 공장을 한국과 미국에 짓고 있다. 2024년 시작한 미국 공장이 2019년 시작한 한국 공장과 비슷한 시기에 완공될 거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갖은 명목으로 발목을 잡아서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5년 태어난 아이는 운이 좋으면 2050년 첫 월급을 받는다. 올해 한국의 8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50만명이다. 2050년엔 그 숫자가 750만명을 넘는다. 예산이 3배 더 필요하다. 무슨 돈이 어디서 나와 이들을 보살피나. 그땐 인구의 40%가 국민연금으로 생활한다. 2025년생들 첫 월급 상당 부분은 노인들 뒷바라지용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떼 갈 것이다. 무슨 대책이 있나.
이재명 후보가 또 가봐야 할 곳이 군대다. 한국은 50만명의 강군(强軍)을 유지한다고 하고 있다. 매년 22만명의 젊은이가 병력 자원의 구멍을 메워야 가능하다. 작년 남녀 합해 23만명의 아기가 태어났다는데 무슨 수로 군 병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이 후보는 자신에게 유죄(有罪) 판결을 내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과 국회 청문회 소환으로 협박했다. 재판 연기 목적을 달성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든 재판을 중지하거나 아예 해당 법에서 자신이 범(犯)한 죄명(罪名)을 지워버리는 법률도 만들었다. 소속 의원 170여 명이 입법(立法) 로봇처럼 움직였다.
‘이재명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를 맛보기로 보여준 것이다. 3권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허물고 지지 대중 응원을 받아 헌법과 헌법 기관을 무력화(無力化)하는 체제가 대중(大衆) 독재다. ‘위로부터 독재’와 ‘아래로부터 독재’를 결합한 체제다.
대중 독재 사다리를 타고 권력자 자리에 올랐다가 제 발로 내려올 수 있었던 권력자는 없다. 내려올 사다리를 제 손으로 치워버렸기 때문이다. 대중 독재의 처음 희생자는 국민과 국가 운명이지만 최종 희생자는 권력자 본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시대에도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숨을 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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